美 연방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상호관세 무효화분, 품목관세서 충당 여지
韓 제약바이오, 현지 거점으로
리스크 벗었지만 중단기 불확실성 여전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마주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플랜 B'를 즉각 가동하고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의약품 관세를 둘러싼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번 상호관세 무력화에 따른 영향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거점 확보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관세리스크에서 대부분 탈피했다"면서도 "미국 행정부가 개별·품목 관세로 무효화된 상호관세를 보완할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기업에 부담이 지속·가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이번 15% 글로벌 관세 도입은 대법원의 위헌 판결 이후에도 대외 압박 기조를 굽히지 않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상징적인 의지 표명"이라며 "당장 의약품에 대해 돌발적인 강수를 두기보다는, 기존에 진행해온 보건 안보 측면의 공급망 조사 결과와 연계해 바이오시밀러 등 품목별로 정교하게 접근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관세 위험의 가장 큰 줄기는 법적 근거의 다변화에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경제적 비상 권한을 부여하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한정된 판단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등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이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단 영역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상호관세라는 포괄적 수단이 사법부에 의해 가로막힌 상황에서, 행정부가 232조를 활용해 의약품 등 특정 전략 품목에 화력을 집중할 경우 업계가 체감하는 압박은 오히려 이전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가변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 측은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 상한선을 15%로 제시하며 안정성을 시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를 25%까지 인상하겠다며 기존 합의를 뒤집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관세를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닌, 다른 통상 이슈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력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도입된 15% 글로벌 관세는 최장 150일 동안 지속될 수 있다. 행정부는 이 5개월의 유예 기간을 벌어놓은 뒤, 무역법 301조를 통한 '불공정 무역 조사' 등을 병행하며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품목별 관세 패키지를 설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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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파고 속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해 리스크의 실질적 전이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생산 기지를 마련했고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 생산시설 인수를 통해 대규모 위탁생산 체제를 갖췄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뉴욕에 생산 기지를 마련해 관세 장벽을 원천적으로 우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바이오팜 또한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현지 CMO(위탁생산) 시설을 확보함으로써, 정책 변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 위험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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