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거치며 경제 오히려 더 강화"
"군·산업·학계 연결된 독특한 시스템, 경제의 엔진"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데 이는 경이로운 수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이 지점에서 매우 큰 유사성과 시너지를 가진다"고 밝혔다.
하르파즈 대사는 지난달 28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상황에서도 자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배경에 관해 이렇게 전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지정학적 환경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인재 양성과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첨단 기술 산업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스라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는 끈기와 용기를 토대로 현재의 국제적인 위상을 만들어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스라엘인에게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10개 중 9개는 실패하지만 우리는 다시 도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러한 문화와 더불어 군과 산업, 학계가 연결된 독특한 시스템이 이스라엘 경제의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NVIDIA)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스라엘의 잠재력에 관한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 하르파즈 대사는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인근에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R&D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전쟁 상황에서는 통화가치와 경제지표가 급락하지만, 이스라엘 경제현황은 이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CBS)에 따르면 전쟁 위기를 겪던 2023년 전체 연간 성장률은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과 2025년에도 이어졌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전쟁 초기 셰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2000억 달러 상당의 외환보유액 중 300억 규모의 외환 매각 계획을 즉각 가동했다. 이스라엘의 올해 1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인 2330억4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등 강력한 유동성 방어벽을 구축했다. 하르파즈 대사는 "전쟁을 거치며 (경제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면서 "전쟁 중에도 투자가 계속된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이 이스라엘에 보내는 강력한 신뢰의 표시"라고 했다.
다음은 하르파즈 대사와의 일문일답.
-2년 넘게 전쟁을 치러왔지만 이스라엘 경제는 견고했다.
▲놀랍게도 현재 이스라엘을 방문해 보면 전쟁의 공백을 느끼기 어렵다. 이스라엘 경제는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우리 통화가치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와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고 있고, 주식 시장도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도 이스라엘 경제산업이 견고한 이유는.
▲첫 번째는 정부의 지원과 투자다. 두 번째로는 인적자원과 인재 육성에 중요한 교육, 세 번째는 세계화라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인들의 특성이 담긴 '후츠파(Chutzpa)' 문화가 산업 성공의 기반이라고도 볼 수 있다. 후츠파는 젊은 직원이 상사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수평적이고 거침없는 문화다. 남녀 모두 의무 복무를 하며 군에서 배운 첨단 기술과 혁신 역량이 전역 후 곧바로 스타트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인구 1000만 명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이처럼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혁신의 거인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내부에 들어가는 핵심 '지능'을 만들어낸다.
-이스라엘은 GDP 대비 R&D 투자 비중에서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국제구상인 '팍스실리카(Pax Silica)'에 양국이 나란히 포함됐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이스라엘이 안전하게 협력하는 이 과정은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혁신과 한국의 제조 능력이 결합한다면 양국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가자지구 재건은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고 있나.
▲가자지구 재건은 이스라엘 혼자 담당할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여러 국가가 함께 기여해야 할 과제다. 물론 가자지구 건물의 약 80%가 파괴되며 재건이 쉽지 않겠지만 하마스가 무장 해제되고 가자지구가 더 이상 테러 단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우리는 재건을 지지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 국제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는 이스라엘에 어떤 의미를 지니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계획을 매우 환영하며 이스라엘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변화가 없는 유엔(UN) 시스템을 탈피해야 할 때다. 유엔은 오히려 다수의 힘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도구로만 쓰이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다자간 시스템을 변형할 때가 됐다.
-아시아 지역에서 외교적 지향점이 있다면.
▲과거 (이스라엘 외무부) 아태(아시아태평양)국장을 경험하면서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매우 소중한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이스라엘은 우리의 한계를 알고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처럼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약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 두 나라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이유다.
[인터뷰]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누구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이다. 종교는 유대교가 74.2% 이상을 차지하며 이슬람교 18%, 기독교 1.8% 등이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국과 종교 교류가 이어지면서 성지 순례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이도 많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텔아비브 직항 노선이 있었지만,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으로 중단됐다. 이스라엘 국적기인 엘알이스라엘항공이 내년부터 신규 취향을 확정함에 따라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서머타임 시 6시간) 느리다.
주이스라엘 대한민국 대사관의 ‘이스라엘 개관(2025)’에 따르면 인구는 2025년 기준 1009만명이다. 유대인이 773만명, 아랍인 211만만명, 외국인 24만8000명 정도다. 언어는 히브리어가 공용어이며, 아랍어와 영어도 사용한다. 이스라엘 면적은 골란고원과 동예루살렘, 가자와 서안지구 등을 제외하면 2만770㎢로 한반도의 약 10분의 1이다. 지형은 평원과 산악, 사막, 해안으로 이뤄졌다. 남북이 470㎞, 동서가 135㎞로 좁고 긴 형태의 국토를 갖고 있다.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1989년 외무부에 입부한 이래 35년 넘게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를 두루 거친 베테랑 정통 외교관이다. 그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텔아비브 대학교에서 외교안보 행정석사를 수석으로 마쳤다.
특히 외무부에 들어오기 전, 은행 신용팀장으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하르파즈 대사는 주스위스 및 주스웨덴 공관차석을 거쳐 주미 대사관 공보관, 주아제르바이잔 대사, 주필리핀 대사를 역임했으며, 본부에서는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등 핵심 보직을 수행한 뒤 2024년 한국에 부임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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