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은 인터넷·스마트폰보다 파급력 커
거품 일부 존재…유니콘 기업 더 많을 것
3년 전 그록 투자 결정 후 베팅
독자 AI 파운데이션 가능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연결은 필수
세계 최대 규모의 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탈)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를 창업한 사이드 아미디 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조언했다. 아미디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태동기부터 투자 생태계를 일군 산증인으로 통한다. 특히 로지텍, 구글, 페이팔부터 튜어링, 자마, 허니 등 AI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유니콘 기업을 발굴한 인물로 유명하다.
아미드 회장은 지난해 엔비디아가 그록(Groq)을 200억 달러(약 29조원)에 인수(형식은 라이선스 체결)하면서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3년 전 그록에 큰 베팅을 한 바 있다. 1990년대 인터넷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라 예감했던 아미디 회장이 이번에는 AI 시대를 예견하며 그록에 막대한 자금을 쏟았는데 수년도 되지 않아 그 결실을 본 것이다. 아미드 회장은 "AI 혁명은 '인터넷 혁명'이나 '스마트폰 혁명'보다 더 파급력이 크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공식 인터뷰는 아시아경제가 처음이며, 그록 투자 이야기를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가능…데이터 센터 등 글로벌 인프라 연결이 중요
-한국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적극 키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나는 항상 역사를 통해 현재 일어나는 일을 바라 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엄청난 일을 해냈다. 한국은 엔지니어링 능력이 있는 국가다. 한국만의 LLM을 만들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LLM이라는 두뇌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를 가진 곳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정도다.
삼성이나 네이버도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할 수 있다. 이걸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걸 갖춘다고 해도, 여전히 세계의 AI 기술 중심지는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각 나라의 LLM이나 현지 AI 기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인프라와 연결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내가 한국의 경제부총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라도 해도 '한국의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갖고 싶어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실리콘밸리의 AI 생태계를 먼저 배워야 한다. 단순히 베끼라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흡수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방식, 네트워킹, 세일즈 기술, 실패에서 배우는 혁신의 속도 차이 등이 미국과 다르다. 이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AI 혁명 인터넷·모바일 혁명보다 파급력 커
-AI 산업, 전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AI는 인터넷 혁명이나 모바일(스마트폰) 혁명보다 더 파급력이 크다. MS와 구글 코드의 50% 이상이 AI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AI가 소프트웨어를 더 좋고,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enabler)라고 생각한다. AI가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라고 느낀다. 금융, 헬스케어, 제조업 등 모든 산업 전반에서 말이다.
-AI 기업들에 대해 '거품' 논란도 존재하는데
▶일부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전 산업 분야에 유니콘이 될 회사가 100개는 나올 것이라고 본다. 제약, 은행, 보험,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믿기 힘든 유니콘 승자들이 등장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13개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다. 이 중 10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AI 투자를 늘린 것도 AI 산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어서인가?
▶현재 플러그앤플레이는 AI 분야에서 58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파운데이션 또는 하드웨어라 부르는 데이터 센터 같은 곳과 대형언어모델(LLM)에도 투자했다. 이 다음 단계가 '에이전틱 AI(Agentic AI)'라고 부르는 기업들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오픈AI의 챗GPT, 앤스로픽의 클로드보다 전력을 훨씬 덜 쓰고 연산 능력도 빠르면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응용형 AI 전문회사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가 지금 AI 혁명의 시작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AI 에이전트 기업인 구글, 오픈AI, 앤스로픽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구글, 오픈AI, 앤스로픽 모두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 앤스로픽 클로드(Anthropic Claude)를 높게 평가한다.
그록 점유율 3%만 가져가도 빅테크 가능
-엔비디아에 인수된 그록에 투자했다고 들었다. 투자 뒷이야기를 들려달라
▶나는 몇 년 전부터 엔비디아의 기업가치를 보며 반도체 부문(AI Chip)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그저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기업으로 인식했다. 우리는 엔비디아가 'AI 칩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3~4년 전부터 엔비디아가 그록을 인수하고 싶어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플러그앤플레이 기술 부문 임원에게 그록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 당시 반도체 산업 전망이나 그록(투자 기업)의 기술력, 모두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비슷한 시기 조나단 로스 그록 최고경영자(CEO)도 사우디를 방문했다. 그는 측근인 모센 모아제미의 소개로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을 만났다. 당시 알스와하 장관이 나와 그록 CEO 등을 저녁 자리에 초대하면서 그를 처음 만나게 됐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매우 '범생이'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엔지니어 타입이었다. 그와 AI 관련 대화를 나누며 더 큰 흥미를 느꼈고, 그의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투자가 가능할지 몰랐다. 그록은 이미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이라, 자금을 더 조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록이 다시 펀드레이징할 때는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었을 때였다. 그 때 로스 CEO가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말했고, 나는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아람코도 함께 투자했다.
-기업가치가 2조원이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것 같다
▶우리는 그록의 사무실과 연구소를 직접 방문했다. 지금이 신인 강자가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기회라고 봤다. 인텔이 길을 잃었고(사실상 AI 칩 경쟁에서 밀렸다), AMD가 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가져간 상황이었다. 그록이 엔비디아와 다른 유형의 연산을 수행하고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록이 시장 점유율을 3~5%만 차지해도 빅테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엔비디아의 그록 인수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입장에서 보면 200억 달러는 비싼 것이 아니다. 이번 인수는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다. 그록의 솔루션이 커질 경우를 대비해 엔비디아의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내가 볼 때 200억 달러 자체는 큰 숫자이지만, 엔비디아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회사이기도 하다. 자신의 지배력을 이용해 전체 생태계를 성장시키려는 측면도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바뀌면 투자 지형도 변화할 걸로 보인다. 금리 등 투자 환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나는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신경쓴다. 대통령이나 Fed 의장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저 차기 Fed 의장의 철학을 유심히 볼 뿐이다. 우리 투자 포트폴리오 중 '피지컬 노트'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기업은 워싱턴 정가에서 규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당신이 새 규제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AI를 통해 법률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컨설팅해준다. 우리는 투자한 기업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황윤주 기자
실리콘밸리=황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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