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예술로 채우는 '쉼표'
역사 기획전·인상주의 명화·현대미술까지
설 연휴에 만나는 전국 전시 7곳
설 연휴는 언제나 잠깐이다. 멀리 떠나기엔 짧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아쉽다. 이 애매한 시간의 틈에서 예술은 가장 적당한 속도의 쉼표가 된다. 2026년 설 연휴를 맞아 전국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올해는 특히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 전시와 세계적 미술관의 소장품전이 겹치며, 연휴의 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많이' 보지 않아도 좋다. 한두 전시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환기되는, 지금 가볼 만한 전시 7곳을 골랐다.
1. 국립중앙박물관
인간 이순신의 내면, 그리고 빛의 화가들
국립중앙박물관은 세대를 아우르는 두 개의 대형 기획전으로 연휴의 중심에 선다. 광복 80주년과 이순신 탄신 480주년을 기념한 《우리들의 이순신》은 '성웅' 이전의 인간 이순신을 조명한다. 국보 『난중일기』 친필본을 포함해 종가 유물 258건 369점이 출품된 역대 최대 규모다. 영웅의 서사보다 고뇌와 선택의 기록에 집중한 점이 인상적이다.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로버트 리먼 컬렉션 81점을 소개한다. 고흐, 르누아르, 세잔 등 거장들이 빛을 다루는 방식이 한 수집가의 안목을 통해 정리된다.
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사라짐을 통해 묻는 예술의 역할
경복궁 옆 서울관에서는 보존을 당연시해온 미술관의 전통에 질문을 던진다.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는 작품이 부패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영속성 대신 순환을, 인간 중심의 시선 대신 생태적 감각을 호출하는 전시다. '남는 것'보다 '사라지는 과정'에 주목하는 관람이 요구된다.
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흙으로 써 내려간 60년
자연 경관이 돋보이는 과천관은 연휴에 특히 잘 어울린다. 《신상호: 무한변주》는 한국 현대 도예를 개척해온 신상호의 60년 작업을 총망라한 회고전이다. 전통 도자에서 출발해 조각과 회화, 건축으로 확장된 90여 점의 작품은 '흙'이라는 물질이 지닌 시간성과 가능성을 차분히 보여준다.
한국전쟁 이후 재건의 긴장 속에서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모던아트협회’의 짧지만 강렬한 여정을 돌아보는 ‘조우(遭遇), 모던아트협회 19571960’ 전.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4.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전후 한국 모더니즘의 현장
청주관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출발점으로 시선을 돌린다. 《조우, 모던아트협회 1957-1960》은 유영국, 박고석, 한묵 등 1세대 모더니스트들이 전쟁 이후의 혼란 속에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을 조명한다. 부산 피란 시절의 기록부터 추상미술로의 전환까지, 작품과 아카이브 15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5. 서울시립미술관
공생과 연결을 묻는 두 개의 시선
서소문 본관에서는 동시대적 질문을 던지는 전시 두 편이 동시에 열린다. 《최재은: 약속(Where Beings Be)》은 DMZ의 생태와 들꽃을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사유한다. 《PROXIMITIES》는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한 동시대 미술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가까움'을 탐구한다.
6. 백남준아트센터
인간 이후를 상상하다
용인 백남준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 제8회 백남준 예술상 수상자 조안 조나스의 국내 첫 개인전 《인간 너머의 세계》는 기후 위기와 생태 문제를 퍼포먼스와 영상으로 풀어낸다.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백남준의 예술적 통찰을 동시대의 관점에서 재독해한다.
7. 부산현대미술관
을숙도에서 만나는 생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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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은 플랫폼展 《나의 집이 나》를 선보인다. 전시는 성장의 언어가 멈춘 이후의 도시를 사유한다. 인구 감소와 돌봄의 재편 속에서 '축소'를 쇠퇴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의 크기로 다시 읽으며 '적절한 도시'의 가능성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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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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