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우승
1차 시기 착지 부상 마지막 시기 대역전극
한국 스키 사상 최초 금메달 획득 쾌거
대회 3연패 도전 클로이 김 은메달 '만족'
이보다 더 짜릿할 순 없다. '여고생 스노보더' 최가온(17·세화여고)이 부상을 딛고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다리를 절며 시상대 맨 위에 우뚝 섰다.
최가온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마지막 3차 시기에서 90.25점을 받아 클로이 김(미국·88.00점), 오노 미츠키(일본·85.00)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과 함께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했다.
2008년 11월생인 최가온은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세운 이 종목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10개월)을 경신(17세3개월)했다. 한국 스키는 2018년 평창 대회 이상호가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 김상겸 은메달, 여자 스노보드 빅에어 유승은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극적인 우승이다. 이날 리비뇨 스노파크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 출전 선수들이 넘어지며 연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두 번째 점프를 시도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에지 부근과 크게 충돌해 착지에 실패한 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의료진이 투입돼 몸 상태를 살피기까지 했다.
다행히 최가온은 잠시 앉았다가 일어나 슬로프를 내려왔다. 최가온의 결선 1차 점수는 10.00점이다. 결선에 오른 12명 중 9위에 머물렀다. 2차 시기를 앞두고 잠시 전광판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표시가 뜨면서 그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시 출발대에 선 최가온은 2차 시기를 감행했지만 또 넘어졌다. 1차 시기에서 받은 10.00점보다 점수가 낮아 공개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3차 시기를 앞두고 1차 시기에서 받은 10.00점으로 결선에 오른 12명 중 11위에 머물러 있었다. 몸 상태와 눈이 내리는 코스 컨디션 등을 고려한 최가온은 1080도 이상의 고난도 연기 대신 900도와 720도 회전 등을 구사하며 3차 시기를 완주했고, 여기서 90.25점의 고득점을 받아냈다.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90점의 벽을 깼다.
최가온은 금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에서 "1차 시기에서 넘어졌을 때 어디 하나 부러진 줄 알았다. 순간 힘이 돌아와서 일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연습할 때 넘어진 적이 없는데 긴장을 해서 실수가 계속 나왔다"면서 "그래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서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며 공중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난이도, 높이, 수행 능력, 다양성, 창의성 등을 심판들이 채점해 순위를 정한다. 100.00점 만점이다. 결선에선 세 차례 시기 중 가장 나은 점수를 성적으로 메달 색깔을 가린다.
최가온은 취미로 스노보드를 즐긴 아버지의 영향으로 7살 때 입문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보며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다가 스노보드에 반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스노보드 신동'으로 불렸다. 2023년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 X게임에서 파이프 종목 최연소 우승(14세3개월)을 차지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4년 초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훈련 중 허리가 골절돼 수술을 받았다. 1년을 재활에 매달린 끝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금메달리스트 최가온(가운데)이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시상식에서 2위 클로이 김(왼쪽), 3위 오노 미츠키와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비뇨=연합뉴스
최가온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2025~2026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3승을 거둬 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됐다. 월드컵 3개 대회에서 모두 90점을 넘겼다. 전날 열린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전체 24명 중 6위(82.25점)로 무난하게 결선에 올랐고, 이날 마지막 기회를 소중하게 살려 한국 스키의 새 역사를 썼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최가온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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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3연패를 노렸던 클로이 김은 은메달에 만족했다. 2차 시기까지 1위를 유지했던 클로이 김은 2위로 밀린 상황에서 마지막 3차 시기에 나섰지만 여기서도 중도에 넘어지는 바람에 재역전에 실패했다. 어깨 부상으로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클로이 김은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섰지만 '금빛 연기'를 펼친 최가온의 벽에 막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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