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22개 시·군 중 17곳 '의료취약지'
공중보건의 4명으로 겨우 응급실 유지
"우리 병원에는 소아전문의가 없습니다."
전남 해남군에 거주하는 우은지씨는 아이가 양손에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해 급히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내원을 거절당했다. 그는 12일 "다른 병원을 찾아 전화를 해도 소아전문 의료진이 없어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만 들었다"며 "평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그날 내가 취약 지역에 살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해남으로 내려온 걸 처음으로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무안군에 거주하는 권빛나씨는 응급 출산을 위해 130㎞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던 경험을 토로했다. 권씨는 "임신 7개월차에 긴급 출산을 해야 한다는 의료진 판단이 있었지만 지역 병원에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이 없었다"며 "제왕절개를 하면 신생아만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자궁수축억제제를 맞고 순천의 병원으로 가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보건복지부가 12일 무안군 사회서비스원에서 진행한 의료취약지 주민 대상 간담회에서 나왔다. 취약지 의료 현실을 파악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점검해 추후 의료혁신위원회 의제에 반영할 목적으로 복지부가 마련한 자리다.
전남은 전국에서 의료취약지 비중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22개 시·군 가운데 17곳이 취약지에 해당한다. 인구는 적지만 면적은 넓어 전반적인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조숙희 전남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치료 가능 사망률은 광주보다 9%포인트 높고 뇌졸중 전원율은 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라며 "전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료진 사이에선 인력난이 주요 쟁점으로 언급됐다. 정기호 강진의료원장은 "공중보건의 4명으로 겨우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인력이 없으면 응급실을 폐쇄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들이 퇴근 후에도 인근 취약지 응급실에서 당직을 설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영돈 순천의료원장은 "공공의료기관만으로는 지역 의료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며 "민간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 공공의료 의사가 무의촌 지역에서도 겸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5년간 연평균 668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 양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전남에도 국립 의과대학이 신설되고 입학정원 100명이 배정될 예정이다. 다만 학교 설립까지 시간이 필요해 신입생 모집은 2030년부터야 가능하고, 이후 전문의 배출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참석자들은 ▲계약형 지역의사제 TO 확대를 통한 단기인력 확충 ▲의료취약지 거점병원 지정 활성화 ▲보건지소·진료소 기본 인프라 확충 ▲취약지 기관 예산 가중치 배분 ▲도서·취약지 공보의 근무 기간 단축 등 특례 적용 ▲의료 정보 앱 구축 등 수요자(환자) 중심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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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혁신위원회는 오는 26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제1차 의제를 결정할 방침이다. 어려운 과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복지부는 최대한 빠르게 선결 과제를 추려 정책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기현 복지부 의료혁신위원장은 "지금까지 문제화되지 않았던 영역 중 국민에게 꼭 필요한 사안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무안(전남)=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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