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2026년 업무계획' 발표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에 무게
불공정거래 조사에 AI 기술 적용
금융사 중간검사결과 발표 제한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강화
이찬진 호(號) 금융감독원이 이른바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해 올해 기업공개(IPO) 관행 개선에 나선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배경에 지배구조, 공정성, 주주 보호를 둘러싼 시장 전반의 불신이 깔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마주 불공정거래에 대한 상시 감시 및 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회사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발표를 제한하는 등 감독 행정 전반의 내적 쇄신을 강화할 방침도 밝혔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와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민생금융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금감원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대주주만 유리한 IPO 제도 개선
먼저 금감원은 기업실적 개선,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영 투명성, 주주권익 보호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 강화 등을 통해 자본시장 인프라를 개선하고,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대응체계도 한층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일반투자자의 권익 보호· 시장의 신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IPO 관행 개선방안을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IPO 시장에서 고평가 상장과 함께 대주주·재무적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회수(엑시트) 구조가 고착화하며, 상장 이후 주가 부진과 오버행 리스크가 반복되는 등 일반 투자자(개미)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돼왔다는 문제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개선안은 IPO 과정에서 실수요 기반의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고 상장·퇴출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상장 이후 기업에 대한 관리와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개미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감원은 상장사의 자기주식 공시 기준(1% 이상)과 주기(연 2회)를 강화한 데 이어, 위반 시 제재도 엄중히 하기로 했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 끝까지 추적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대응 체계도 한층 고도화한다. 특히 지방선거 등과 관련해 정치테마주 감시 및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는 미공개 정보 이용, 상장사의 불공정 행위 연루 건을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로봇 등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혐의도 신속 조사하기로 했다. 주요 상장기업들의 회계심사·감리 주기도 단축한다.
이찬진 원장은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엄단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며 "불공정거래 조사시스템에 AI 기술을 새로 접목하고 AI 불법정보 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금감원 본연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는 앞서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을 증원한 데 이어 금감원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 및 시행 준비에도 나선 상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전반을 대상으로 기획·판매 등 생애주기 전 단계에서 투자자 보호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금융투자회사가 그간 일반 투자자들에게 투자위험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왔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다. 이에 펀드와 ELS 등 고위험 상품의 위험 인식·전달 체계를 투자자 중심으로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부동산 등 고위험 펀드의 경우 출시 단계에서 실사 책임과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핵심 위험 공시를 의무화한다. ELS는 기초자산·상품구조 요건을 내실화하고, 재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조기 경보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본시장 신뢰도 강화
올해 금감원의 업무계획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증권사·자산운용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을 중점 점검해 자본시장 신뢰도를 제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서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확대에 따른 모험자본 공급현황 점검, 관리·감독체계 마련, 모험자본 공급 플랫폼 구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인가·펀드 심사기준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밖에 금감원은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등으로 논란이 확산한 가상자산과 관련해 이용자 중심의 감독·조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해당 사태로 가상자산거래소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관련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조각투자·토큰증권(STO) 등 혁신 신상품의 경우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감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효과적 이행을 준비하고 시세조종 등 주요 고위험분야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업무 프로세스 개선
금감원은 중간 검사결과 발표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공익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절차를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할 방침이다. 이복현 전 원장 재임 시절 검사 완료 이전에 중간 결과를 공개하며 적법성 논란이 제기된 점을 감안한 조치다. 금감원은 수시검사 사전 통지기간을 확대하고, 제재 대상자가 검사 부서장에게 의견청취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도 권익보호기준에 명시하기로 했다. 또 담당 검사역이 검사결과 처리 진행단계를 입력하면 금융회사에 자동 통지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절차의 투명성을 높인다.
제재 절차도 손질한다. 경미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준법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제재를 면제하고, 제재심의위원회 민간위원 구성도 법조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화할 계획이다. 금융회사 인·허가 등록 업무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인허가 통합시스템도 구축한다.
사전 예방적 소비자 보호
금융소비자 보호도 한층 강화한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금융상품의 설계·제조부터 심사,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소비자 보호 수준을 높이고,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리스크 기반 소비자보호 감독 체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금감원 산하 기구인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결정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대비해 분조위 회부 기준을 마련하고, 신속한 분쟁처리를 위해 실손보험 전담 협의제도 고도화한다.
잠재적 리스크 관리 강화
은행지주·은행 등의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점검하고, 미흡사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해 건전한 경영문화 정착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급격한 환율변동 등 주요 리스크에 대한 점검과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가계부채 총량목표 준수 유도와 기업 구조조정 제도 개선을 통해 가계·기업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부실채권 매각 유도 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감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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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와 대출금리 상승, 대외 요인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주시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필요한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곳으로 공급돼 금융이 실물경제를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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