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된 72m 파기하고, 일방적 고층 추진"
"발굴조사 미완료 상태서 심의 불가"
30일까지 무응답 시 국제 공조 경고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와 종로구가 추진 중인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기구의 권고를 무시할 경우 유네스코 측에 현장 실사를 요청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3일 종로구에 회신한 검토 의견서에서 "서울시가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고시한 최고 높이 145m 이하의 정비계획은 세계유산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통합 심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26일 밝혔다.
애초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은 2009년부터 10년 가까운 협의 끝에 세운4구역 건물의 최고 높이를 71.9m 이하로 하기로 합의하고, 2018년 사업 시행 인가를 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최고 높이를 145m 이하로 상향하는 변경 고시를 강행했고, 종로구는 이를 기반으로 통합 심의를 추진하고 있다.
매장유산 발굴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쟁점이다.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2022년 발굴조사에서 조선 시대 관청의 이문(里門)과 건물지 등 가치 높은 유적을 확인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보존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국가유산청장의 발굴조사 완료 조치 없이는 공사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보존 방안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불필요한 설계변경을 초래할 수 있는 절차적 흠결"이라고 꼬집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개입 가능성도 시사됐다. 세계유산센터는 지난해 두 차례 공식 서한을 보내 "개발 승인을 중단하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권고했으나, 서울시는 아직 회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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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오는 30일까지 서울시가 조치 사항을 회신하지 않을 경우, 이 상황을 유네스코와 공유하고 종묘 앞 개발 현장에 대한 즉각적인 실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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