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본부장
그가 말하는 박물관 굿즈의 조건
"품격과 대중성 사이서 매번 고민"
"의미·희소성·심미성 기준 지켜야"
"먼저 묻는 질문은 '내가 사고 싶은가'"
박물관 한켠을 차지하던 뮷즈샵은 이제 관람의 '필수 코스'가 됐다. 한때는 기념품점으로 불리며 들러도 그만, 지나쳐도 무방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향하는 장소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개장과 동시에 뮷즈샵으로 달려가는 이른바 '오픈런' 풍경도 낯설지 않다. 수량이 제한된 인기 상품을 먼저 확보하려는 발길이다.
뮷즈샵 직원이 박물관 소속일 것이라는 인식도 흔한 오해다. 실제로 뮷즈샵과 상품 기획·운영을 담당하는 인력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소속이다. 재단은 전국 국립박물관 내 뮷즈샵 운영을 총괄한다. 별도 건물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주해 있다는 점, 매출 성과와 무관하게 직원 개인에게 인센티브가 없다는 구조도 함께 알려졌다. 재단이 수지차보존기관으로 분류돼 정부가 적자를 보전하는 대신, 발생한 이익은 환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뮷즈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413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약 두 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재단은 국내 수지차보존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뮷즈 흥행을 이끈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사업본부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응원 덕분에 명절 휴가비가 새로 생겼다"며 "이번 설에 처음 지급되고, 올해 7월부터는 인원도 9명 증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입사한 김 본부장은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다. 웅진식품에서 '아침햇살', '초록매실'을 기획했고, 삼양사의 '세븐스프링스' 샐러드바 마케팅을 총괄했다. MBA 과정을 마친 뒤 박물관문화재단에 합류한 그는 당시를 "몹시 생경했다"고 회상했다. 연봉 수준부터 조직 문화, 업무 방식까지 민간 기업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신선함'으로 받아들이며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출발점은 큐레이션이었다. 당시 뮷즈샵은 상품이 천편일률적으로 진열돼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어려웠다. 김 본부장은 상품기획전을 도입해 매장 중앙에 화접도 유물 전용 섹션을 마련했고, 가정의 달 선물 테마와 연계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뮷즈 기획의 기준은 의미성·희소성·심미성이다. 유물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학예실과의 회의와 스터디를 거치고, 내·외부 검증 절차도 따른다. 반가사유상 굿즈의 손 모양 하나까지 적절성을 검토하는 이유다. 유물의 품격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은 가장 큰 고민이다. 이후 "내가 소비자라면 돈을 주고 살 것인가"라는 내부 기준을 통과해야 비로소 상품이 완성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마음 시리즈'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최근에는 지속성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오래 사용하는 상품일수록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경천사십층석탑 얼음틀은 출시 직후 큰 호응을 얻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성수기 이후 재제작을 선택했다. 김 본부장은 "구매로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 계속 사용하며 기억에 남는 추억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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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부서를 가리지 않고 직원들이 정말 고생이 많다"며 "온라인몰 접속자가 기존 1만명 수준에서 70만명까지 늘어나 상품 포장에 전 직원이 투입됐고, 오프라인 매장에도 인파가 몰려 명품 매장처럼 대기 줄이 생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13개 지역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활용한 특화 상품을 동시에 개발 중"이라며 "일은 힘들지만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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