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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美 베네수 개입, 아시아에 '규칙 기반 질서 붕괴' 우려 키워

시계아이콘02분 31초 소요

중남미 주요국 "위험한 선례"
'돈로주의' 외교, 아시아도 예외 아냐
'힘의 논리'가 규칙 삼키나

[SCMP 칼럼]美 베네수 개입, 아시아에 '규칙 기반 질서 붕괴' 우려 키워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 필리핀 폴리테크닉대 지정학 교수.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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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특수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자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유의 과장된 표현을 써가며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 작전을 "2차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이 본 적 없는 공격"이자 "역사상 가장 놀랍고 효과적이며 강력한 미 군사력의 과시"라고 치켜세웠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이 작전이 마두로 대통령의 마약 밀매 연루 혐의와 민주 세력에 대한 조직적 탄압을 단죄하는 미국 사법 시스템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쿠바 정보기관이 깊숙이 침투해 있던 마두로 정권으로부터 베네수엘라를 해방한 역사적 전환점으로까지 묘사했다.


그러나 세계 다수 국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적이기도 했다. 중국, 이란, 러시아가 마두로 대통령 납치를 규탄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마두로 정권을 비판해왔던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 중남미 주요 지도자 6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행동은 평화와 지역 안보에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민간인에게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베네수엘라 문제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외부 개입 없이 오직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지도자들도 잇따라 국제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의 최전선 동맹국으로 꼽히는 필리핀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국가의 독립과 주권 평등, 내정 불간섭 원칙 등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아시아의 중견국들은 이번 사건이 남긴 위험한 선례와 더 나아가 오랜 시간 공들여 구축해 온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필리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규칙 기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외교적 대응을 조율할 책임을 지고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이번 작전은 전술적으로 매우 정교하고 충격적인 효과를 냈지만, 마두로 대통령 체포가 갖는 전략적 의미와 법적 정당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경호 인력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제압됐을 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세력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친미 정권을 세워 "국가를 운영"하고, 세계 최대 규모로 매장된 석유를 통제하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 이후 베네수엘라의 새 정권은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시 대통령에 오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기존 우방국을 여전히 따뜻하게 대하며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유조선들이 미 해군의 봉쇄를 피해 베네수엘라 연안을 통과하는 모습도 잇따라 포착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함포 외교(gunboat diplomacy)'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베네수엘라 정국의 불확실성과는 별개로, 미국의 군사 작전이 남긴 선례 자체는 아시아 중견국들에 깊은 우려를 안기고 있다. 권위주의적인 마두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견국들은 공개 비판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면서도 국제법의 중요성을 분명히 강조하는 입장을 내놨다. 인도네시아 역시 "대화와 자제"를 촉구하며 유엔 헌장과 국제 인도법을 포함한 국제법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중견국들과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지역 정책 의제를 정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회원국 간 합의가 없어도 의장 성명을 단독으로 발표할 수 있다. 또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주요 다자 외교 무대를 주최하는 국가로서 트럼프 행정부와 정면으로 대립하지 않으면서도 국제법을 지지하고 베네수엘라의 평화적 민주 전환을 촉진하는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


필리핀과 같은 미국의 최전선 동맹국이자 중견국에 규칙 기반 질서는 단순한 외교 원칙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필리핀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통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인권 침해 책임을 묻고 있으며,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주권을 수호하고 있다.


아시아 중견국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각자의 '돈로주의(미국 고립주의를 상징하는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식 세력권을 만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웃 국가 지도자를 체포하는 일을 반복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대상이 대만, 우크라이나 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처럼 무슬림 인구가 많은 국가도 미국이 중동에서 비슷한 작전을 벌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수억명의 아시아 무슬림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다.


궁극적으로 아시아 중견국들은 국제법 원칙과 대화를 중시하는 행동 규범, 아세안과 같은 다자 기구를 통한 제도화된 외교 위에 전후 세계가 힘겹게 구축해 온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힘의 논리가 앞서는 '정글의 법칙' 식 지정학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 필리핀 폴리테크닉대 지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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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US action in Venezuela fuels Asia's fears of collapsing rules-based order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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