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현금 살포안 검토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 현지 반발 잇따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미국 영향권에 두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주민 전원에게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구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린란드 내부에서는 "우리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의 접근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여론도 적지 않다.
현지 주요 외신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약 5만7000명에 달하는 그린란드 주민에게 일시금 지급을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방안은 과거에도 언급된 적은 있으나, 최근 들어 검토 수준이 훨씬 구체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주민 1인당 1만~10만달러를 지급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으며, 총 소요 예산은 최대 60억달러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 방식과 액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백악관 참모진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선택지로 논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그린란드 사회 내부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접근에 강한 반감이 감지되고 있다. 수도 누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미아 켐니츠는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아니다. 그린란드인들은 미국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지 유력 언론 세르미치아크의 마사나 에게데 편집장 역시 "그린란드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가볍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덴마크·자치정부도 "터무니없다" 일제히 반대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자치정부 또한 미국의 '현금 매입' 구상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영유권이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분명히 해왔다.
여론 흐름도 미국 편입에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해 1월 그린란드 주민 49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뒤 미국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고 답한 비율은 6%에 그쳤다. 반면 독립 자체에는 56%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북서부 카나크 지역의 한 주민은 "한 주인에서 다른 주인으로, 한 점령군에서 다른 점령군으로 바뀌는 것뿐"이라며 "우리는 덴마크의 식민지로, 이미 덴마크 정부 아래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러한 반덴마크 정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미국 측 인사들이 그린란드 현지에 관여해 분리·독립 여론을 자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편입에 대한 거부감이 큰 만큼, 보다 완화된 형태의 관계 설정도 거론된다. 마셜제도나 팔라우와 같은 태평양 도서국과 미국이 체결한 자유연합협정(COFA) 방식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준회원국 지위 부여 등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트럼프 "그린란드가 좋아하건 말건 미국은 뭔가 할 것"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현금 지급이나 정치적 분리 구상을 상대적으로 온건한 선택지로 보이게 하려는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열린 석유업계 관계자들과의 회동 도중 그린란드 문제를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그들이 좋아하건 말건" 미국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며,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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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취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을 이웃으로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민 대상 현금 지급 방안에 대해서는 "그것에 관해 말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그들이 좋아하건 말건 우리는 뭔가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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