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5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여윳돈(여유자금)이 58조원 규모로 늘었다. 주식시장 호조 등에 가계소득 증가 규모가 지출 증가분을 웃돈 결과다.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에 따라 가계의 이전소득 증가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집값 급등에 따른 정부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조달 규모를 줄였다. 이에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자산을 나타내는 금융자산·부채배율은 2.47배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가계 자금운용서 ETF 등 투자펀드 순매수, 통계편제 후 최대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58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51조3000억원) 대비 6조7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순자금 운용은 각 경제주체의 금융자산 거래액(자금 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 조달)을 뺀 값이다.
김용현 한은 경제통계1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여유자금 증가 폭이 커진 데 대해 "지출을 상회하는 소득 증가 등으로 순자금운용 규모가 전 분기 대비 확대됐다"고 짚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소득은 전 분기 대비 7.4% 늘어난 반면, 가계지출은 3.2% 증가에 그쳤다. 가계 흑자액은 전 분기보다 20.9% 늘었다.
자금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3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78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76조9000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금융기관 예치금(42조1000억원)을 중심으로 운용 규모가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가계의 주식 순매도가 11조9000억원으로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국내 발행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펀드 순매수(23조9000억원) 역시 사상 최대다. 같은 기간 자금 조달액은 전 분기(25조6000억원) 대비 줄어든 20조7000억원을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금융기관 차입을 중심으로 조달 규모가 축소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3%로 전 분기 말(89.7%) 대비 0.4%포인트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3분기 말 88.3% 이후 최저 수준이다. 김 팀장은 가계부채 비율 하락 원인에 대해 "정부의 6·27 대책,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으로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외 신용대출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가계 금융자산·부채배율 2.47배 '사상 최대'…"건전성 개선 이어질 것"
비금융 법인기업(일반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전 분기(3조5000억원) 대비 16조원 늘어난 1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설비투자 등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순자금 조달 규모가 전 분기 대비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순운용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일반정부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5조9000억원이었다. 지출 규모를 상회하는 수입 등으로 전 분기 2조7000억원 순자금 조달에서 순운용으로 전환한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47.7%로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낮아졌다.
국외부문 순자금 조달 규모는 46조3000억원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 등에 따라 전 분기(41조5000억원) 대비 확대됐다. 국외부문의 자금 운용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증가를, 자금 조달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자산 증가를 의미한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자산은 5980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과 비교해 183조원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2420조8000억원으로 15조8000억원 늘었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3559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67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코스피 지수 상승 등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의 잔액 증가에 따른 결과"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 대비 자산을 나타내는 금융자산·부채배율 역시 2.47배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김 팀장은 "지난해 4분기 중에도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가계부문의 건전성 개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금융자산·부채배율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상세자금순환표를 개발해 이날 새로 공표했다. 기존 자금순환표에 금융상품별 발행·보유 관계 정보를 추가한 통계다. 김 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위험 확산 경로의 파악이 중요해지면서 경제주체 간·금융기관 간 연계성을 나타내는 상세자금순환표를 개발하게 됐다"며 "매년 1월 초 전년도 3분기 자금순환(잠정) 공표 시 전전년도 기준 통계를 연간 단위로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4년 말 경제부문 간 상호연계 규모는 1경6706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1경5778조9000억원) 대비 928조원 늘었다. 경제부문 간 상호연계비율은 은행과 가계(13.9%), 은행과 기업(12.1%), 보험 및 연금과 가계(10.2%), 비은행과 가계(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기업 간 연계 비율이 직전해 대비 상승한 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 둔화로 기업의 은행 예치금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비은행과 가계 간 연계 비율 하락은 주택 거래량 감소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수요 위축과 DSR 대출 규제로 비교적 만기가 짧은 기타대출의 상환 등이 발생하며 비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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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말 금융기관 간 상호연계 규모는 3477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85조6000억원 늘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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