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진 예금→주식 '머니무브'
지난해 은행 예금 잔액 1.3% 늘 때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62% 대폭 급증
낮은 예금 금리에 주식 호황 영향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 기대…올해도 흐름 지속"
지난해 은행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자금이동) 현상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62% 늘어날 동안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주식시장 호황에 금리 하락세가 맞물린 결과다. 올해 역시 연초부터 코스피가 45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939조2863억원으로 전년 말(927조916억원) 대비 1.3%(12조1947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연도인 2024년에는 한 해 동안 77조7959억원이 유입되며 9.2%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정기예금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한 것과 달리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은 급격히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87조8291억원으로 전년(54조2427억원) 대비 61.9%(33조5864억원) 급증했다. 이는 2024년 증가 규모인 1조4890억원(2.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대기성 자금인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도 2024년 말 631조2335억원에서 674조84억원으로 늘었지만, 증가율은 6.8%로 투자자 예탁금 증가 속도를 따라가진 못했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예금 등 은행 고유 상품에서 증권 등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흐름이 뚜렷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 신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024년 말 2399에서 지난해 말 4214.17로 마감했다. 연간 상승률은 75.6%로, 주요 20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밝힌 데다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된 영향이 반영됐다.
반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머니무브를 부추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말 3.22% 수준이었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해 11월 기준 2.7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예금 금리를 다시 3%대까지 끌어올리며 자금 유치에 나서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오름세를 보였지만, 1~8월 연속 하락의 영향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기예금 잔액도 10~11월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약 32조원이 빠져나가며 연간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통상 연말에는 기업들의 결산 준비로 예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에는 연말 대출 절벽 등으로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며 감소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는 올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자금 흐름을 모험자본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며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앞서 해외 주식에서 국내 증시로 복귀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 정책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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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국내외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상승으로 정기 예금에 일부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으나, 높은 기대수익률이 예상되는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증시 관련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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