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
기업, 인력 확충 대신 관망…저채용·저이직
미국 기업들이 강력한 경제 성장률에도 경기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확산을 이유로 내년 신규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예일대 경영대학원이 이달 뉴욕 맨해튼에서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회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경영진의 66%는 2026년 직원을 감축하거나 현재 인력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영진은 전체의 3분의 1에 그쳤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AI 기술 발전으로 기존 인력만으로도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기에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로 인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도 기업들의 보수적인 인사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노동시장은 급격한 침체 국면은 아니지만 점진적인 둔화 신호를 보인다. 실업률은 지난 9월 4.4%에서 11월 4.6%로 상승했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4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해 의료·교육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늘었지만 아마존·버라이즌·타깃·UPS 등 주요 기업들이 최근 수개월간 사무직 인력을 감축하면서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고용 성장률을 보인다. 이는 건강한 노동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전국 각지의 기업 CEO들로부터 AI가 어떤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판단할 때까지 채용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근로자들의 이직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IBM의 경우 자발적 퇴사율이 현재 2% 미만으로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통상적인 7% 수준에서 크게 하락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다만 경제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결국 인력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 경제는 3분기에 전기 대비 연율 4.3%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예상을 웃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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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내년 기업들의 경영 전략은 '채용하지 말라'라는 기조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2026년까지 기술에 더 많은 업무를 맡기려 하고 있으며, 근로자 모두가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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