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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공장 숙소가 마을로 진화…캐드버리는 왜 마을을 만들었나[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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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초콜릿 회사 캐드버리가 세운 본빌
초콜릿 공장 옆 숙소가 마을로 성장해
1800년대부터 노동자 권리 힘쓴 기업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강렬한 보라색 포장지 안에 밀크 초콜릿을 넣은 영국 캐드버리. 캐드버리는 산업 혁명이 막 진행 중이던 1800년대부터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을 신경 쓴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드버리가 지은 초콜릿 공장과 직원용 숙소는 하나의 마을로 진화해 1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번창하고 있다. 초콜릿을 만들던 캐드버리는 어쩌다가 마을을 세우게 됐을까.

초콜릿 회사가 세운 마을, 英 본빌

캐드버리의 본사는 영국 제2 도시 버밍엄의 근교에 있는 마을 '본빌'에 있다. 본빌 중심가에는 커다란 공원과 초콜릿 공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캐드버리의 대표 제품인 밀크 초콜릿이 매년 4만7000톤(t)가량 생산된다. 영국 BBC는 "영국 내 최다 초콜릿 생산량"이라고 했다.


초콜릿 공장 숙소가 마을로 진화…캐드버리는 왜 마을을 만들었나[맛있는 이야기] 1878년 세워진 뒤 지금까지 활발하게 가동 중인 캐드버리 영국 본빌 초콜릿 공장.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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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빌에는 2021년 기준 1만9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거주민 신분은 캐드버리 임직원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캐드버리 2대 공동 사장인 조지 캐드버리가 세운 '본빌 빌리지 신탁'이 지금도 마을을 관리하고 있다.

노동자 숙소가 진짜 마을로 성장해

캐드버리 창업자인 존 캐드버리는 독실한 퀘이커(영국 개신교의 한 분파) 교도이자 사회 운동가였다. 그는 1824년 마시는 초콜릿 사업을 시작하며 캐드버리를 창업했는데, 이때부터 이미 근로자 안전과 복지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존 캐드버리의 뜻은 그의 아들이자 2대 공동 사장인 조지·리처드 캐드버리에게 이어졌다. 조지는 1878년 버밍엄 도심에서 4㎞ 떨어진 외딴 땅을 사들여 커다란 초콜릿 공장을 짓고, 공장 옆에 노동자 숙소로 쓰일 건물 16채를 세웠다. 이 숙소가 본빌의 시작이다.


초콜릿 공장 숙소가 마을로 진화…캐드버리는 왜 마을을 만들었나[맛있는 이야기] 캐드버리 본빌 초콜릿 공장과 숙소를 홍보하는 1880년 영국 신문. 온라인 블로그 캡처

당시 영국에는 공장 옆에 큰 숙소를 세워 노동자 기숙사로 쓰는 일이 흔했고,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거주지를 '모델 빌리지'라고 부르곤 했다. 그러나 조지, 리처드 형제는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숙소 대신 본빌을 제대로 된 숙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형제는 1893년 공장 근처에 120에이커(약 14만평) 규모 부지를 매입했다. 이곳에는 주택과 각종 편의시설, 학교, 정원이 들어섰다. 캐드버리 노동자들은 본빌을 숙소가 아닌 집처럼 여기게 됐고, 본빌은 진짜 마을로 성장했다.


2005년 미국 철강 재벌 앤드루 카네기가 설립한 '카네기 재단'은 본빌을 세워 노동자 복지에 이바지한 공로로 캐드버리 가문에 '카네기 메달'을 수여한 바 있다. 당시 카네기 재단은 성명에서 "본빌은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난방이 되는 탈의실과 식당을 제공했던 영국 유일한 공장이었다"며 "조지 2대 사장은 공장이 '일하기 좋은 곳'이어야 한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마을 전체가 '금주 지역'…독특한 규칙도

조지는 1900년 본빌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본빌 빌리지 신탁을 설립했다. 본빌 신탁은 지금도 캐드버리 가문의 신념에 따라 "가치 중심적인 자선 단체" 역할을 하며 본빌을 관리한다고 명시한다. 일례로 신탁은 본빌 내 공공주택 3700채를 관리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임대한다. 또 본빌 내 '보존 구역'을 만들어 건축 및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건물들을 보존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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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공장 숙소가 마을로 진화…캐드버리는 왜 마을을 만들었나[맛있는 이야기] 현대 본빌의 모습. 더선 홈페이지 캡처

신탁에 따르면 본빌 주민이 퀘이커로 개종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본빌 내에선 신탁이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본빌은 설립 초기부터 창업자의 뜻에 따라 '금주 마을'로 정해졌는데 이 때문에 본빌 주민은 길거리에서 술을 마실 수 없으며, 술집도 열 수 없다. 본빌 신탁은 2015년 마을 바깥 경계에 있는 신문 가판대 단 한 곳에만 주류 판매를 허가했을 뿐, 이후 현재까지 금주 마을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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