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접근 제한 해제할 방미심위 구성 지연 탓
정부 고위관계자 "접근 가능 시기, 예상 보다 늦어질 듯"
現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미심위 심의·의결 절차 필요
李대통령, 업무보고서 "국민이 빨갱이가 될까봐 그러냐" 지적
"굳이 국정과제로 할 것 없이, 그냥 열어 놓으면 된다"고 지시
국정원, '특수자료 취급지침' 변경에 '긍정적' 답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 사이트에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과 관계부처가 일반 국민의 접근 제한 해제에 속도를 냈으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단계에서 멈춰 선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심위 구성 지연으로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심의·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이에 국민 누구나 북한 매체에 접근 가능한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문서·책자 등 자료의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의 '특수자료 취급지침' 변경과 관련해서는 이미 국정원이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통일부·국정원 등 관계부처와 함께 서둘러 실무 검토와 논의를 진행했지만, 북한 매체 사이트 개방과 관련해서는 방미심위 절차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방미심위가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지난 10월 1일 출범했지만, 12월 현재까지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이 한 명도 임명되지 않아서다. 법안을 신설하거나 개정하는 절차와 별개로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행정적으로 조처를 하는 방안을 찾았지만, 행정 기능이 멈춰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관계부처가 실무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접근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심의·결정하는 방미심위가 구성되지 않아 더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의기구의 공백이 길어지면 일반 국민의 (북한 매체 사이트에 대한) 접근 가능 시기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현재 상황과 관련해 "국민이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런 것이냐"고 지적하면서 "(개방하면)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열어놓으면 된다. 이런 것을 무슨 국정과제로 하느냐. 너무 엄숙하다"고 했다. 정부가 현재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북한 사이트는 60여개다.
북한 매체 사이트에 일반 국민의 접근이 가능하려면 단순한 행정지시로는 불가능하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불법 정보로 판단된 정보에 대해 심의기구가 삭제·접속차단 등 '시정 요구'를 의결하고, 이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접속 제한이 집행된다. 현행 체계에서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이 심의기구의 시정 요구 결정에 따라 이행되는 만큼, 해제도 결정의 변경 또는 철회 형태를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심의·의결 기구가 기능을 하지 못하면, 관계부처가 요청을 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은 불법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면서, 불법 정보 유형 중 하나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요청과 심의 절차, 시정 요구 등 일정 요건이 충족될 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해당 정보의 처리를 거부·정지·제한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방미심위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3항에 근거해 관계기관의 요청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심의요청에 따라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다"면서 "시정 요구 해제 등과 관련된 사항은 위원회가 구성이 된 이후에 심의·의결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북한 문서·책자·간행물 등 자료 열람과 관련된 국정원의 '특수자료 취급지침' 변경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대통령실·통일부 등에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해서다. 국정원은 지침에 따라 북한 관련 자료를 '특수자료'와 '일반자료'로 분류하는데, 노동신문은 특수자료로 분류돼 일반 국민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특수자료 취급지침은 북한 매체 사이트 개방과 다른 북한의 문서·책자 등에 관련된 것"이라며 "국정원은 자료공개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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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 매체 접근권 확대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문제 될 게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새로운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통일부는 노동신문의 시범 공개를 추진하고, 노동신문 축쇄판을 주요 도서관에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윤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노동신문을 보고 현혹될 국민은 없다. 이제 우리 국민들을 신뢰하고 북한의 자료들에 대해 개방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공개 방침에 공감의 뜻을 표시한 셈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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