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빅토 성공에 자금 몰려
2034년 글로벌 21조 시장 성장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의 시선이 방사성 치료제로 향하고 있다. '항암 플랫폼'으로서의 상업성이 확인됨에 따른 임상·투자 확대로 돈이 몰려드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의 방사성 치료제 '플루빅토'의 올해 1~9월 매출은 약 14억달러(약 2조748억원)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 13억9000만달러(약 2조599억원)를 넘어섰다. 4분기 실적까지 합쳐지면 연 20억 달러(약 3조원) 실적 목표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방사성 치료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약물'처럼 주사해 종양에 방사선을 정밀 전달한다. 항체에 약물(페이로드)을 붙여 암세포를 정밀 사멸시키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비슷한 구조다. 외부에서 방사선을 쏘는 기존 방사선치료와 달리, 표적(리간드·펩타이드·항체 등)이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찾아 붙고, 여기에 결합된 '루테튬-177(Lu-177)'·'악티늄-225(Ac-225)' 같은 동위원소가 가까운 거리에서 방사선을 방출해 암세포 DNA를 손상시켜 사멸시킨다.
방사성 치료제 시장 경쟁은 2022년 노바티스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를 출시하면서 본격화 됐다. ADC 항암제 시장에서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가 가능성을 보이며 시장 규모를 키운 것처럼 플루빅토의 성공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규모가 올해 75억1000만달러(약 11조1298억원)에서 연평균 7.53% 성장해 2034년 약 144억4000만달러(약 2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파마는 발 빠르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방사성치료제 기업 '레이즈바이오'를 약 41억달러(약 6조762억원)에 인수하며 악티늄 기반 플랫폼을 가져갔고, 아스트라제네카는 '퓨전 파마슈티컬스'를 최대 24억달러(약 3조5568억원) 규모로 품어 차세대 방사성 접합체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일라이 릴리도 포인트 바이오파마를 약 14억달러(약 2조748억원) 규모로 인수해 방사성리간드 치료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빅파마가 확신하는 분야'라는 해석이 가능해지고, 투자·개발의 명분이 된다.
SK바이오팜도 지난달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으로부터 방사성 치료제 후보 'WT-7695'를 약 8425억원에 도입하며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퓨쳐켐과 셀비온은 PSMA(전립선특이막항원)를 표적한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하며 '국내 1호 방사성 치료제' 타이틀을 두고 경쟁 중이다. 두 기업은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에서 방사성 치료제 개발 관계사 '지알파테라퓨틱스'를 출범시키며 신사업 축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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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의 대두는 제조·공급망까지 넓힌다. 더군다나 방사성 치료제는 동위원소 조달, GMP(의약품 품질·제조 관리 기준) 라벨링, 운송·보관, 병원 핫랩(방사선 취급 전용 조제실) 등 공급망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안정 공급'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CDMO(위탁개발생산)·제조 서비스의 부가가치가 높다. 정부가 2030년 핵심 동위원소 자급률 100% 등을 내걸며 인프라 구축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이에 따라 셀비온은 GMP 라벨링센터·신공장 구축으로 생산·공급 체계를 준비중이고, 듀켐바이오도 파이프라인과 CDMO 확장을 함께 추진 중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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