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 재건의 핵심인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파트너로 한화를 직접 지목한 가운데 한화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이 합의한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내년부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한화오션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화는 미 해군이 필요한 모든 종류의 함정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해군 '황금함대' 호위함 한화와 협력해 건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신예 프리깃함(호위함)들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과 한화의 협력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주 해군은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의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사가 "한화라는 좋은 회사"라고 소개하며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의 프리깃함이 "지금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인 한화의 협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 도입하려던 프리깃함 사업이 지연되자 한국의 신속한 선박 건조 능력에 눈을 돌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가 인수한 필리 조선소로 추정되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그곳은 위대한 조선소였다"며 "오래전 폐쇄됐지만, 다시 문을 열어 미 해군 및 민간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필요한 모든 종류 함정 건조할 준비돼 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약 140만평 규모의 미국 필라델피아 네이비 야드 내 일부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필리조선소에는 약 1200명 이상의 숙련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존스법 및 함정사업 확장계획을 포함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 중으로 사업 확장 및 자동화 기술 도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고용 수준이 정해질 예정이다.
한화오션의 친환경 선박 기술 및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필리조선소에 접목해 기술적 시너지를 창출해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북미 조선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 존스법에 따라 요구되는 선박 건조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해양풍력 설치선 및 유지보수(MRO)를 포함한 방산 관련 선박 수주 기회를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공급망 관리 계획과 관련해서도 한화오션은 북미 지역 조선 및 방산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필리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주요 자재와 부품의 현지화를 추진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 MRO 사업의 중요한 거점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필리조선소는 이를 해결할 최적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 해군의 차세대 군함 건조 계획인 ‘황금 함대 ’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급’ 전함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크고,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황금함대의 특징은 냉전시대 이후 퇴장한 '거대 전함(Battle Ship)'의 재도입이다. 전함의 함포가 공격 반경 측면에서 항공모함 함재기와 구축함의 미사일에 밀려나면서 육중한 전함 건조는 1994년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함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배수량 약 9500t)이다. 황금함대는 3만~4만t의 "가장 크고, 가장 견고하며, 가장 중무장한 함정"을 기함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함포뿐 아니라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그리고 핵무기(핵탄두를 실은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까지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한화 필리조선소 언급… '마스가' 첫 투자대상 될지 관심
한화가 호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약속한 1500억달러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인 '마스가'의 첫 투자 대상이 될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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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 정부의 조선업 재건을 돕기 위해 투자, 대출, 보증 등으로 구성되는 투자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으며, 양국은 지난 11월 투자 절차를 큰 틀에서 규정한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아직 첫 투자처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미 해군의 호위함 건조에 마스가 투자 패키지를 활용하는 방안은 아직 양국 간 공식 논의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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