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영상 확산, 멕시코 노동 실태 재조명
승객 전원 항공기 하차 후 대체편 이동해
항공·운송업계의 임금 체불 문제 심각
멕시코에서 항공기 기장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이륙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항공 안전 문제와 함께 멕시코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연합뉴스TV는 AFP 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멕시코에서 한 항공기 기장 이륙을 거부하고 조종석에서 농성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29일 멕시코시티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에서 휴양지 칸쿤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항공기 안에서 발생했다. 항공기는 이미 탑승을 마치고 이륙을 앞둔 상황이었으나, 기장이 갑작스럽게 출발을 거부하면서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영상 속 기장은 "회사에서 밀린 임금을 지급할 때까지 이 비행기는 출발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그는 약 5개월 치 급여와 출장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기장은 자신의 개인적 사정도 언급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그는 "이 항공사에서 거의 3년간 근무하는 동안 비행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정말 죄송하지만, 여러분은 이런 상황을 겪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승객들은 항공기에서 내려 다른 항공편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장은 이후 공항 당국에 의해 구금됐으며, 공항 운영 측은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 항공업계에서 드물지 않은 노동 갈등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멕시코에서는 버스 운전사, 화물 트럭 기사, 공항 지상조업 인력 등이 임금 체불이나 근로 조건 악화를 이유로 운행을 중단하거나 집단 시위를 벌인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부 중소 항공사와 전세기 운영 업체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급여 지급을 지연하거나 체불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노동조합 측은 "항공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이 생계 불안을 겪는 상황 자체가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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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법적으로 최저임금과 근로자 보호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과 불안정 고용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공식 고용 비율이 높고, 기업의 재정 악화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며 "노동권 보호와 항공 안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멕시코 당국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또 항공사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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