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6개월 예금 금리가 24·36개월 만기 금리보다 높아
향후 금리 불확실성에 고객들 예금 선호도 높지 않아
시중은행의 만기가 짧은 단기예금의 금리가 장기예금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예금은 만기가 길수록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향후 금리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간 높은 금리를 확정해 제공하는 데 부담이 커진 데다, 주식시장 활황 등으로 고객들 역시 예금에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기보다 언제든 투자처를 옮길 수 있는 단기 예금을 선호하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개월 만기 예금금리(우대금리 포함)는 연 2.75~2.9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24·36개월 만기 예금금리(우대금리 포함)는 연 2.40~2.60% 수준으로, 6개월 만기 예금금리보다 상·하단이 각각 0.35%포인트~0.30%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대표 상품을 보면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의 6개월 만기 금리(우대금리 포함)는 연 2.80%로, 24개월·36개월 만기 금리(2.40%)보다 0.40%포인트 높았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역시 6개월 만기 금리(우대금리 포함)가 연 2.75%로, 24개월·36개월 만기 금리(2.40%)보다 0.35%포인트 앞섰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6개월 만기 금리가 연 2.90%, 24개월·36개월 만기 금리가 연 2.60%로 단기 금리의 우위가 0.30%포인트로 나타났다.
장·단기금리 역전은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 은행에서도 확인됐다. 6개월 만기의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은 2.86%,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는 2.95%인 반면 24·36개월 만기 금리는 각각 2.45%, 2.60%로 0.41%포인트, 0.35%포인트 차이가 났다.
통상 예치 기간이 길수록 높은 금리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자금이 오래 예치될수록 운용 안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이례적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최근 금리 인하 흐름과 맞물린 채권시장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시장금리에 일정 마진을 더해 예금 금리를 산정하는데, 최근 국고채 금리와 은행채 금리 등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예금 금리에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됐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은행의 보수적인 금리 책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추가 통화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국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 역시 추가 인하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라는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이 여파로 채권시장에서는 최근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식시장 활황 등으로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단기 상품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1년 미만 단기 예금으로 자금을 분산시키려는 은행권의 움직임도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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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평균 수익률이 예금 금리를 웃도는 상황에서 2~3년간 자금이 묶이는 장기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크지 않다"며 "연말에는 기업들의 상여 지급, 배당, 법인세 납부 등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하기 쉬워 단기 예금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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