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K마트서 장보고 한식 요리
가공식품·나물반찬·국까지 판매
김밥·샌드위치·김치 등 인기
K뷰티 틱톡 통해 인기 끌어
MZ세대 중심 수요급증
'K패션'은 현재 진행형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국인이 운영해 '한국의 맛'이 부족했고, 결국 직접 김치를 담그고 치킨을 튀기며 각종 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레시피를 참고해 족발까지 직접 만들어 먹었다.
카본씨 부모님의 '최애' 식품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냉동만두다. 항상 냉동고에서 구비해둔다. 그는 "한국 음식은 간장·고추장·된장 같은 장류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요리하기 쉽다"며 "집에서 자주 해먹다 보니 가족들도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는 같이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지앵 저녁 식탁 'K푸드'
K마트는 프랑스인의 한식 열기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 드라마와 콘텐츠에서 한국 음식을 먹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완제품 형태의 한국 음식을 직접 맛보려는 소비자들이 늘고있다.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한국 가공식품은 물론, 삼각김밥과 김밥을 비롯해 한국식 샌드위치, 치킨과 닭강정, 장조림, 김치(파·배추김치), 나물 반찬, 따뜻한 국류까지 갖추고 있다.
판매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김밥과 샌드위치, 김치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후 김밥 판매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 조각씩 썰어 판매하던 김밥보다, 절반만 썬 형태의 김밥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덕분에 간편식 종류가 가장 많은 샹젤리제점의 경우 간편식 매출은 2020년 대비 약 60% 늘었다. 연간 매출액 증가에도 크게 기여했는데, 2024년 연간 매출액은 2780만유로로, 2021년(2180만유로) 대비 약 28%(600만유로) 증가했다. 주요 매출은 한국 식품(34%)과 간편식(34%)에서 발생하고 있다
K마트 샹젤리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와, 국 등 간편식. 120g 소포장 김치도 판매하고 있는데 한달 생산량만 약 2000개에 달한다.자체 점포에서만 해당 물량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나물 반찬도 반응이 좋다. 김치와 나물 반찬은 밥이나 국과 함께 먹는 반찬이 아니라, 샐러드 같은 간단한 한 끼로 소비되고 있다. 이날 마트 한쪽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에서는 젓가락으로 김치를 샐러드처럼 즐기는 현지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유정희 K마트 디자이너는 "간편식은 현지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김치와 간편식의 경우 간을 다소 덜 자극적으로 조절해 선보이고 있고, 설명도 직관적으로 적어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관문 프랑스…K푸드·뷰티는 일상
프랑스는 유럽 대륙의 관문이다. 글로벌 트렌드는 미국에서 유행한 뒤 프랑스 파리를 거쳐 유럽 전 지역과 중동 지역으로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유럽은 K브랜드의 진출 초기단계다. K뷰티의 경우 2024년 12월부터 주류 트렌드로 부상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 선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프랑스 소비자의 틱톡 알고리즘에도 K뷰티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노출된 덕분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확산 속도는 빨라졌고, 프랑스 MZ세대를 중심으로 K뷰티를 직접 체험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가파르게 늘었다. 콧대 높은 파리 백화점들이 K뷰티 팝업스토어를 열어 브랜드 유치에 나선 것도 이 시점이다.
K뷰티의 경쟁력은 ▲고기능·고효능 제품력▲합리적인 가격대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국내 화장품 주문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고, 소비자 수요를 제품에 빠르게 반영하면서다. 이미 프랑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초 화장품의 경우 포뮬러와 성분 경쟁력 면에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더마 화장품이나 명품 화장품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K뷰티가 유행시킨 PDRN 성분을 명품 브랜드가 뒤쫓는 모습도 관찰된다. 지난해 로레알 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PDRN의 효과와 인기를 확인하고 장미에서 PDRN 성분을 추출해 기초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유통의 안정성도 한 몫을 했다. 글로벌 뷰티 이커머스 플랫폼 실리콘투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폴란드에 물류 거점을 두고 재고 시차를 최소화한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백화점과 온라인 채널에 제품을 동시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개별 브랜드가 감당하기 어려운 해외 진출 부담을 낮춘 것이다. 실리콘투는 최근 파리 오프라인 매장 추가 출점을 검토하는 한편, 중동 등 신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동 시장의 경우 아부다비에 물류 창고를 두고 있다.
30년간 프랑스 뷰티 업계 몸담은 델핀 에르베 투라 상품기획자(MD)는 "과거에도 K뷰티는 2015년, 2019년 프랑스에서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지속되지 못했다"면서 "현재의 K뷰티는 기능과 성분을 앞세운 전문적인 스킨케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델핀 에르베 투라 사마리텐 백화점 뷰티 부문 상품기획자(MD)는 "최근 K뷰티 브랜드들이 명품 브랜드들을 제치고 매출 기준 상위 5위권에 일제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K뷰티의 매출 성장률이 가파르다고 말했다.
마레지구에 모인 송지오·시스템·우영미…"아직은 낯선 이름"
매장 안 탈의 공간에서 고객이 입은 옷을 살펴보고 있다. 시스템 매장 직원은 현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품목으로 ‘바지’를 꼽았다. 한국 브랜드 특유의 정교한 바지 핏과, 아우터나 니트에 비해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합리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K푸드와 K뷰티가 시장 확장 단계지만, K패션은 여전히 본고장 개척에 고군분투 중이다. K패션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는 파리 마레지구의 경우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적었다. 현지 브랜드 매장 직원은 "이 지역 매출은 현지인과 관광객 비중이 각각 절반 정도인데, 최근에는 현지인 매출이 크게 꺾였다"며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임에도 유동 인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겨울 시즌에 접어들며 관광객 매출 역시 함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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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지구는 파리 패션의 심장으로 불린다. 유니클로를 비롯해 현지 스트리트 브랜드 드롤드무슈, 글로벌 인기 브랜드 꼼데가르송, 슈프림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밀집해 있다. 마레지구 오른쪽 끝자락에는 송지오, 시스템, 우영미 등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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