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물가·양극화 위기 진단…시장 진화성 발언 이어져
최근 상승 수급 쏠림 등 내부 요인 커 '레벨 조율' 가능 시사
"복지부에 감사" 국민연금 정책조율…수급 요인 개선될 것
'대미투자로 원화 장기 절하' 시각 "과도한 생각"
"총재로서 말씀, 시장 위협 줄만큼 안 한다" 단언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웃도는 등 치솟자 한국은행의 '물가 설명회'는 사실상 '환율 설명회'로 진행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고환율 상황을 물가와 성장 양극화 측면에서 또 다른 위기로 진단하면서, 시장 심리 진화성 발언을 다수 내놨다.
이어진 시장 진화성 발언 "국민연금 정책 조율, 수급 개선될 것"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5원 내린 1477.3원에 개장한 후 장 초반 1470원 후반 선에서 등락하는 모습이다. 전날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소식에 간신히 1480원 턱밑에서(1479.8원) 주간 거래를 마감한 환율은 야간 장에서 1474.5원까지 내려섰다. 그러나 이날 외환당국의 강한 환율 안정 의지에도 소폭 하락에 그치며 여전히 심리적인 저항선인 1480원을 위협하고 있다.
이 총재는 전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현재 이 같은 고환율 상황을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나, 또 다른 면에서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고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 고환율에 따른 수혜 및 피해 집단이 명확해 성장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점에서다.
시장 진화성 발언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환율이 치솟을 때마다 레벨보다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이번엔 '레벨 조율'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봤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은 수급 쏠림 등 내부 요인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내부적 요인으로 불필요하게 (절하 폭이) 큰 부분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변동성뿐 아니라 레벨에서도 조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최근 국민연금의 운용지침 조정 결정은 수급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거시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정책 조율을 해주기로 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정부 대책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수급 요인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웅 부총재보, 이지호 조사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은 총재로서 말씀, 대미투자 시장위협 줄 만큼 안 한다" 단언
최근 원화 가치 절하 요인 중 하나로 '매년 200억달러 대미투자에 따른 달러 유출'이 꼽히는 데 대해 이 총재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연 200억달러는 '상한액'이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보면 한은이 외환보유고 이자수익과 배당수익으로 (이를) 공급해야 하는데, (전제 조건은) 외환시장에 안정을 주는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은 총재로서 말씀드리건대, 외환 시장에 위협을 주는 수준으로 한은이 돈(대미투자)을 지급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한은이 책무로서 그런 일이 이뤄지지 않도록 외화 송금 액수 등을 정부와 (잘) 얘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1470원 전후의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 추가 상승 할 수 있다고 봤다. 내년 전망(2.1%)에 대입 시 2.3%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