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자 에너지 논의
원전·가스 협력 시사
단일 장애 지점’ 겨냥한 팍스 실리카 출범
미국 국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인공지능(AI) 공급망 동맹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 서밋에 앞서 한국과 별도의 양자 회담을 갖고 원자력 에너지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제이콥 헬버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이날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팍스 실리카 서밋과) 별도로 우리는 양자 대화, 양자 경제 대화를 진행했다"며 "서밋 하루 전날 우리는 한국 측 카운터 파트와 여러 차례 접촉했고, 에너지 문제는 양자 대화 중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팍스 실리카 서밋에는 한국 대표로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이 참석했다.
헬버그 차관은 양측 간 신뢰 유지를 이유로 "양자 간 논의는 기밀로 유지된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미국은 한국의 에너지 수요를 지원하는 데 전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의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 노선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원자력뿐 아니라 천연가스를 포함한 비(非)원자력 에너지 및 기타 형태의 에너지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주도하는 AI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핵심 동맹국들과 구성한 협의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첫 회의에서는 UAE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7개국이 회의 합의 사항을 반영한 '팍스 실리카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헬버그 차관은 팍스 실리카 참여국 간 정보 공유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주제"라면서도 "첫 서밋이 지난주 개최됐고, 우리는 아직 어떤 추진 노선들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구상하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개별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 공유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보다 투명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잠재적인 추진 노선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헬버그 차관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이 AI 공급망을 위해 팍스 실리카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킨 배경에 대해 "현재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s of failure·SPOF)'이 너무 많고, 공급망 전체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들이 너무 많아 문제를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팍스 실리카가 "반도체 공급 확보를 목표로 하며, 이는 최첨단 기술의 생명선으로 자동차에서 스마트폰, AI에 이르기까지 적용된다"며 "이를 통해 다수의 중요한 공급망 안보 이니셔티브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헬버그 차관이 언급한 단일 장애 지점은 AI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 과정의 특정 단계가 멈출 경우 전체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통해 미국을 압박해온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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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헬버그 차관은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추진하기로 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팍스 실리카 프로젝트와 연관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궁극적으로 5500억 달러는 별도의 트랙"이라며 "현재로선 서로 다른 추진 노선들이 하나로 수렴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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