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 비율, 평균 60%
교육부가 2025학년도 AI디지털교과서(AIDT) 도입을 추진하면서 학생·학부모·교사 등 당사자 의견수렴이나 시범운영 없이 전면 도입을 전제로 사업을 밀어붙여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도입학교 활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10일 이상 활용' 기준 평균 활용률은 8.1%에 그쳤고,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 비율은 평균 60%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7일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교육부의 AIDT 도입 과정 적정성과 검정 과정의 공정성·투명성 등을 점검한 결과 6건의 '주의' 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국회가 올해 2월 관련 감사를 요구하면서 실시됐고, 감사원은 6월 9일부터 27일까지 15일간 교육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또 AIDT 선정학교(자율선정) 활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7월 18일부터 29일까지 AIDT 도입학교 영어·수학 교사 51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3년 1월 AIDT의 2025년 도입 방침을 발표한 뒤, 외부 의견수렴 없이 7차례 내부회의만 거쳐 도입을 결정했다. 교육부는 같은 해 2월과 6월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간담회·협의회·토론회·워크숍 등을 22차례 열었지만, AIDT를 실제로 사용할 학생(학부모)과 교사로부터 도입 여부·도입 시기·의무도입 여부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3년 8월 31일 AIDT 검정실시공고를 내고 개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기술규격문서 등 핵심 기술기준은 같은 해 12월에야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기술기준 없이 개발이 진행되다 기준이 뒤늦게 제공되면서 발행사들이 시스템 재설계에 나서는 등 개발 일정 차질과 품질 저하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의무도입을 둘러싼 혼선도 감사 결과에 포함됐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2023년 10월 19일 발행사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모든 학교 의무선정 대상' 취지로 설명한 이후 AIDT를 모든 학교 의무도입으로 전제해 업무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후 교육부는 2024년 11월 시·도교육청에 의무선정 매뉴얼을 송부했으나, 국회에서 AIDT 도입 반대 움직임이 커지자 2025년 1월에는 해당 연도에 한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선택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발행사가 2025년 4월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국회는 2025년 8월 4일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해 8월 14일 공포됐다고 설명했다.
"미접속 평균 60%…교사 85.5% '미활용·중단'"
감사원이 2025년 3월부터 5월 말까지(AIDT 활용 현황, 휴일 제외) 자율선정 학교들의 접속·활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10일 이상 활용' 기준 평균 활용률은 8.1%에 그쳤다. 학년·과목별로는 고1 영어에서 단 1회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 비율이 72.8%로 가장 높았고, 고1 수학 71.0%, 고1 정보 67.9%로 나타났다.
교사 설문조사에서도 부정적 응답이 다수였다. AIDT 도입학교 교사(영어·수학, 513명 응답) 가운데 AIDT를 한 번도 활용하지 않았거나 활용을 중단한 비율은 85.5%로 집계됐고, 지속 활용은 14.5%에 그쳤다(고등학교 지속활용 5.4%). 미활용 사유로는 "서책형 교과서를 단순히 디지털화한 수준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구독료 재원 협의도 '미흡'…2028년 1조원 대 추계
감사원은 구독형 가격체계로 설계된 AIDT 구독료 재원 조달을 두고도 교육부의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AIDT 구독료를 시·도교육청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추진했지만, 구독료 예산을 추계하거나 조달 방식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협의 없이 부담 방침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IDT 구독료 추계치는 2025년 3361억 원, 2026년 5421억 원, 2027년 8634억 원, 2028년 1조732억 원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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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새로운 형태 교과서 도입 시 시범운영으로 효과성을 검증하고 문제점을 점검할 것 △기술기준을 확립한 뒤 검정실시공고를 진행할 것 △지방교육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업 추진 시 필요 재원을 검토하고 시·도교육청과 충분히 협의할 것 등을 '주의' 요구했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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