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컴넷·원아시아파트너스 비정상적 자금 흐름
"회삿돈 유용 및 배임 관련 전면 조사 요구"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지창배 전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가 고려아연 회사 자금 200억원을 유용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시자료, 판결문, 기업 간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청호컴넷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회삿돈을 우회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13일 영풍·MBK는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해당 자금 흐름은 회사 이익과 무관하게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보여 자금 사용의 적정성과 배임 혐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풍·MBK에 따르면 2019년 9~10월, 최 회장이 99.9%를 출자한 개인 투자조합 '여리고1호조합(여리고)'은 지 전 대표가 실질적인 대주주인 청호컴넷의 자기주식 장외매수 및 제3자배정 신주 취득을 통해 약 6.2% 지분을 확보하며 3대 주주가 됐다. 당시 청호컴넷은 자본잠식, 단기채 누적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었다.
2020년 3월12일 청호컴넷은 100% 자회사 '세원'을 자본금 3억원, 설립 1개월의 신설법인 에스더블유앤씨(SWNC)에 2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SWNC 대표는 지 전 대표 측 인사인 이 모 씨였다. 2019 회계연도 세원은 영업이익 약 3억5000만원, 순자산은 약 80억원에 불과했다. 그 순자산의 절반 이상(약 44억원)은 부실회사였던 청호컴넷에 대한 대여금 채권이었다. 영풍·MBK는 "통상적인 가치평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청호컴넷이 비정상적으로 고가에 매각한 거래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같은 시기 세원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을 SWNC에 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세원 매각 대금의 실질적 재원은 고려아연 회사 자금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자금 유입 직후 청호컴넷의 재무 상태는 개선됐다. 주가는 그 이후 2000원대에서 2020년 8월경 80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해당 시점에 최 회장의 개인투자조합 여리고는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큰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지 전 대표 측도 유사 시점에 지분을 처분했다.
약 1년 후인 2021년 1월20일, 지 전 대표의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아비트리지1호'는 SWNC에 255억 원을 출자했다. 아비트리지1호의 재원 다수가 고려아연이 출자한 자금이었다. 공시에서는 SWNC가 고려아연에 대한 200억원 차입금을 2020년 말~2021년 초 상환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SWNC는 실질적 영업 기반이 없고 유상증자나 차입도 확인되지 않는다.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권을 다투고 있는 영풍·MBK 측은 SWNC의 상환 재원은 고려아연의 아비트리지1호 출자금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회사 자금으로 회사 스스로의 채권을 상환한 비정상적 구조라는 입장이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금이 고려아연의 이익과 무관하게 최윤범-지창배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청호컴넷-SWNC-아비트리지제1호로 각각 흘러 들어간 정황이 분명하다"며 "유출된 200억원의 최종 사용처와 회수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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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최 회장을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까지 포함해 배임 및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금융당국에도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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