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과기부 업무보고
李대통령 "포용 금융,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로 좀 해달라"
"범용 AI 개발·교육 속도 내야, 관계부처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 가장 약육강식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민과 취약계층도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포용적 금융' 환경을 신속하게 만들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전 국민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I) 개발도 서둘러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혁신과 신뢰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과기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체국금융개발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산하기관으로 업무보고에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우체국금융개발원의 업무보고를 살핀 뒤 '서민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지원이 우체국 금융의 목적 중 하나'라고 적힌 부분을 "가장 눈에 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 제일 자유주의적이고, 가장 배제적이고, 가장 약육강식적"이라면서 "서민들이 배제되는 경우도 많고 기회를 잃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포용금융, 배제되는 사람 없이 서민 취약계층도 (금융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태도는 정말 중요하다.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로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간담회 등 공개 석상에서 현재 금융 체계를 비판해왔다. 지난 10월 '디지털 토크 라이브'에 참여한 이 대통령은 "시장원리라 불가피하지만 어느 정도로 하느냐는 정책 판단의 문제"라면서 "내가 보기엔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현재 (금융) 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 계급제'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국민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개발과 관련 교육도 서둘러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지 않으면 산수와 한글을 깨우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빨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범용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과기부는 성능 평가를 거쳐 내년 1월 15일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5개 컨소시엄 중 일부를 선정할 계획이다.
모두발언에서는 과학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존중하는 사회·국가, 과학기술에 투자한 국가는 흥했다"며 "세종이나 정조 시대를 많이 말하는데, 신분과 귀천을 가리지 않고 과학기술자를 중용해 사회·정치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이유로 "기초과학·과학기술 분야에 오래 투자해 온 점"을 꼽고, 중국 역시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로 추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디지털 정책이 민주주의 원칙과 결합될 때 공정한 시장 질서와 성장의 과실 공유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경제는 민주주의가 어울린다는 말처럼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면 시장경제도 제대로 발전한다"고 한 뒤 "그 속의 첨병 역할이 과학기술 발전 부서"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앞으로 당분간 확장재정 정책을 쓰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바닥을 찍고 우상향 커브를 그리도록 하려면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후년(2027년) 예산 역시 확장 정책을 기반으로 편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 정책의 속도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을 지목하면서 '경제형벌 합리화 태크스포스(TF)'가 보다 신속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법 위주의 처벌은 기업의 사장이나 이익을 보는 사람이 아닌 실무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일이 많고,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5~6년씩 걸리는 만큼 민사 배상 책임을 확대해 경제 제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라며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의 업무 형태가 다시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는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면서 "새로운 노동 형태라 새로운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여동생이 일하다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해 산재 신청을 했는데 안 해줘서 소송하다 졌다"며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가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도중 "인력이 없어서 필요한 일을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명구 관세청장이 마약과 총포류 대책이 어려운 이유로 법적 문제와 부족한 인력을 꼽자, 이 대통령이 "뭐가 문제냐"며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내 마약 반입이 문제인데, 특송 제도를 이용해 국제 우편으로 온다. 어떻게 통제하나"고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 이 청장이 "동서울 우체국 한 곳에서만 한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하라고 하지 않았냐. 왜 인력 보강이 안 됐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개인 물건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부연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그러면 마약견이 냄새 맡는 것도 위반인가, 말이 안 된다"면서 "(법적인) 고민이 아직도 안 끝났나. 이 얘기를 한 지 몇 달이 됐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도 관련 사안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사실 관세청이 아니라 우편집중국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하자, 우체국물류지원단 관계자는 "마약류 검사 업무를 해본 적이 없다"면서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 동서울집중국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고 3개월 후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국무조정실과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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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는 추가 공모를 진행해서라도 사업에 속도를 내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송미령 장관을 향해 해당 사업의 진척 상황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주문했다. 국회는 예산안을 의결하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에 대해 도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 30%가 되지 못할 경우 국비 배정도 보류한다는 취지의 단서를 달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30% 지방비 배정에 동의하는 지자체를 추가 공모해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 시행을 하려면 빨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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