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델, 이달 중순부터 15~20% 인상 준비
레노버도 고객사들에 인상 계획 통보
트렌드포스 "HP·삼성· LG도 올릴 전망"
연초는 입학·졸업 몰리는 '아카데미 시즌'
삼성·LG도 가격 인상 고심할듯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내년 초 아카데미 시즌에 출시되는 주요 PC와 태블릿 신제품 가격이 최대 20%까지 일제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메모리 비용 급등을 이유로 연말부터 가격 조정을 예고해 칩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소식통들의 설명을 인용해 "미국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가 이달 중순부터 나올 자사 제품의 가격을 15~20% 인상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크게 오른 D램 등 메모리 가격에서 비롯됐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AI PC 등 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 부품의 가격이 올라 완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PC에 많이 쓰이는 DDR5의 가격 폭등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DDR5의 가격은 전년 대비 약 70% 급증했고 PC 생산에 필요로 하는 다른 주요 부품들도 약 170% 이상 올랐다. 제프 클라크 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 때 "메모리 칩 비용이 이렇게 빠르게 상승하는 건 처음 본다"고도 말했다.
'레노버'도 내년 초에 자사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하고, 이 내용을 고객사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필요한 물량은 가격을 올리기 전인 연말에 주문하라는 권고도 덧붙였다고 한다. 트렌드포스는 "HP,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른 업체들도 AI PC, 태블릿을 중심으로 내년 제품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업체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직 내년도 출시계획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내년 초에 PC와 태블릿 신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1~2월은 입학과 졸업이 몰리는 이른바 '아카데미 시즌'이어서 PC, 태블릿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점"이라고 했다. 연초가 PC와 태블릿의 성수기로, 회사들은 이에 맞춰 전략적으로 신제품을 내놨던 게 그간의 풍경이었단 것이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가격을 올릴지는 마지막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삼성과 LG는 제품이 출시되는 시점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막판에 이르러 가격을 최종 결정해 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내년 초에도 행보는 같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경쟁사들처럼 가격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최대한 생산지용을 절감할 부분을 찾아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표를 내걸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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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PC는 칩플레이션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등도 가격 조정 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이야기가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당장은 메모리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없어 보여서 더욱 그렇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물량이 AI 서버, 데이터센터향으로 몰리면서 PC, 스마트폰향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스마트폰 업계에선 내년 제품 가격이 평균 5~7%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PC와 스마트폰 출하량 자체도 3% 내외로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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