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복 들어온다는 속설에 매년 은행 달력 품귀 현상
중고거래플랫폼에서 유료로 거래되기도
# "재고가 다 소진됐다고 안내했는데도, 내가 몇 년째 거래하는지 아느냐며 호통을 치고 급기야 지점에 걸려 있던 달력을 떼어 가더라고요. 달력 전쟁이 언제쯤 끝날지"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은행원의 하소연이다. 매년 연말이면 시중은행 지점은 그야말로 전쟁통을 방불케 한다. 이른바 '달력 전쟁'이다. 걸어두면 금전운이 상승한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신년 달력을 찾는 내방객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자사 앱 'NH올원뱅크'를 통해 선착순으로 달력을 배포한 NH농협은행은 2만5000부를 준비했으나, 배포 당일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조기 마감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사 모델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내세워 탁상달력을 제작한 우리은행 역시 달력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금융지주는 모델 아이유와 2022년 광고 계약을 체결하며, 2023년부터 4년째 아이유 달력을 제작해오고 있다. 올해도 달력을 제작해 자사 앱 '우리WON뱅킹'을 통해 1만 명에게 무료 배포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은행 달력을 원하는 고객은 많지만 제작 물량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종이 사용을 줄이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제작 규모가 축소됐다. 이런 배경으로 연말이면 무료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은행 달력이 이젠 '귀한 몸'이 됐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지점별 내부 규정에 따라 달력을 제한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같은 은행이라도 A지점은 주거래 고객이나 앱 이용 고객에게 우선 배포하는 반면, B지점은 신규 카드 개설 고객 등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이마저도 받지 못한 고객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달력을 구매하기도 한다. 실제로 플랫폼에서는 5000원~1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력 관련 민원이 매년 반복되면서 아예 제작하지 않거나 내부용으로만 배포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한 번 제작하면 일 년 내내 지점에 걸려 있어 홍보 효과가 커서 제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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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달력 수요가 높은 점을 감안해 회사의 정체성을 담은 달력을 제작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그룹 캐릭터 '스타프렌즈'를 활용해 '어린왕자' '홍길동전' 등 문학작품의 한 장면을 월별로 표현한 탁상달력을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내년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아 백남준아트센터와 협업해 만든 달력을 제작했다. 달력에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 12점이 담겼다. 신한은행은 일러스트와 '신한 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달력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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