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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시선과 기억을 다시 묻다… 보이드 '피네간의 경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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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서 다니엘 보이드 전시
내년2월15일까지 '피네간의 경야'
서구 근대성의 시각 체계·재현 방식 탐구

호주 케언즈 원주민 혈통으로, 그간 서구 중심적 시각으로 쓰인 역사 속에서 지워진 시선과 기억을 소환하는 작품 세계를 선보여온 다니엘 보이드의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지워진 시선과 기억을 다시 묻다… 보이드 '피네간의 경야' 다니엘 보이드의 'Untitled (BCJCVET)'.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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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내년 2월15일까지 K3와 한옥공간에서 다니엘 보이드의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21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꾸준히 천착해온 서구 근대성의 시각 체계와 그 재현 방식에 대한 탐구를 올해 제작한 30여 점의 신작으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1958년 호주 정부가 제작한 아동용 학습 만화 'The Australian Children's Pictorial Social Studies' (호주 아동용 사회과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인 'The Inland Sea'(내해)를 기반으로 한다. 호주에 정착한 식민주의자들은 호주 대륙 안에 바다가 존재한다는 신화를 믿고 내해를 찾아다녔는데, 이 서사에서도 피네간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유럽계 정착민을 구해낸다. 조이스의 소설 속 피네간과 이 신화 속 피네간은 동명이인이지만, 작가는 이 이름을 다양한 서사적 장치로 활용하며 작품들을 이어낸다.


보이드는 학습 만화와 같은 교육적·문화적 도구들이 식민주의 세계관을 무의식적으로 내면화시키는 장치였다고 보고, 역사가 교육되는 방식과 신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질문한다. 또한 호주 현대미술가 고든 베넷(Gordon Bennett, 1955~2014)이 반복적으로 차용한 호주 내륙 바다 신화의 '익사하는 남자(drowning man)' 도상을 K3 공간 곳곳으로 끌어와 오늘날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연결한다.


K3 전시장의 중심에는 실재하지 않는 내해를 찾아 헤매던 유럽 탐험가와 그를 안내한 원주민의 관계를 호주의 역사적 사실처럼 수용하고 전승한 허구적 신화를 시각화한 대형 회화 작품 'Untitled (LOTAWYCAS)'가 자리한다. 맞은편에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설치작 'Untitled (PCSAIMTRA)'가 전시된다. 이 작업은 취조실에서 사용하는 단방향 거울(one-way mirror) 다섯 개로 구성되며, 한쪽은 거울, 반대쪽은 투명한 특수유리로 제작됐다. 일방적 시선을 상징하는 이 구조는 관람객을 본 적 없는 사건을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위치에 놓으며, 선택적 기록과 편향된 역사 서술의 메커니즘을 은유한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과 관계 맺는 방식 속에서 개인적 지각을 넘어 '복수성(plurality)'의 층위를 확장해보길 독려한다.

지워진 시선과 기억을 다시 묻다… 보이드 '피네간의 경야' 다니엘 보이드의 'Untitled (SSWWMD)'. 국제갤러리 제공

한옥 공간에서는 잔잔하면서도 예리한 선율을 연상시키는 악보 형식의 회화가 전시된다. 'Aboriginal Nonsense Song'과 'A Corrobboree(원주민의 제의적 모임)'에서 따온 악보 형식은 비서구 문화가 서구의 언어와 사고방식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변형되고 소실되는지를 은유한다.


공간 안쪽에서는 아동용 학습 만화를 재구성한 콜라주 작업이 전시된다. 보이드는 만화처럼 나뉜 장면 일부를 검은색 물감으로 덮어 지움으로써 기존 서사의 권위와 시선을 교란하고, 숨겨진 진실과 가능성에 닿고자 하는 자신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같은 맥락에서 'Untitled (MDKTMOU)'는 호주 내륙 바다 신화와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의 항해 서사를 나란히 배치해 서로 다른 신화적 구조가 하나의 역사로 굳어지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미지를 파편화하고 재구성하는 보이드의 방식은 최근 그가 탐구해온 신화적 형상에서도 이어진다. 이면화 'Untitled (BBBPTM)', 'Untitled (TDLRHTY)'에는 바다를 지배하는 신 포세이돈이 등장하며, 'Untitled (STGLWOAGLM)', 'Untitled (FWIGSKWIK)'에는 서구 낭만주의가 만든 미의 전형인 아폴론이 그려진다. 이를 통해 작가는 백인 우월주의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신화화된 진실이 어떻게 구축됐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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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니엘 보이드 작가는 호주 케언즈 출생으로 현재 시드니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품은 호주 국립미술관,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런던 자연사박물관 등 세계 유수 기관에 소장돼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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