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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스트리밍 전쟁 '마지막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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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HBO·해리 포터 등 IP 한 번에 확보
'성장천장' 우려 속 결단…반독점 심사 불가피
파라마운트 "절대 통과 못 할 것"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스트리밍 전쟁 '마지막 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대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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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기업가치 827억 달러, 지분가치 72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2019년), 아마존의 MGM 인수(2022년)에 이은 스트리밍 시대 최대급 '빅 딜'이다. 워너 주주들은 주당 23.25달러 현금과 4.50달러 상당의 넷플릭스 주식을 받게 된다.


양사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거래를 승인했다. 규제 당국 심사와 워너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인수 절차는 2027년 말에서 2028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거래 구조는 명확하다. CNN, TNT, 디스커버리 등 케이블 네트워크는 '디스커버리 글로벌(가칭)'로 분리하고, 워너 영화·TV 스튜디오와 HBO, 맥스(Max), DC 스튜디오, 게임 사업만 넷플릭스가 인수한다. 해리 포터, DC 유니버스,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등 워너 대표 프랜차이즈가 넷플릭스 라이브러리에 편입된다.


이번 인수는 아이러니한 장면을 연출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수년간 '프렌즈', '오피스', '슈츠' 등 워너·NBC 시트콤 판권을 잇달아 잃으면서 오리지널 의존도를 높여왔다. 라이선스의 한계를 체감한 넷플릭스가 아예 원천 스튜디오 전체를 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약 3억 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지난여름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약 20% 하락했다. 오리지널 IP 경쟁력은 여전하지만, 워너처럼 수십 년 축적된 초대형 프랜차이즈 자산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스트리밍 전쟁 '마지막 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우리는 오랫동안 '만드는 회사'였지, '사는 회사'는 아니었다"며 "워너의 프랜차이즈와 제작 역량은 향후 수십 년간 넷플릭스의 성장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흥행을 예측하던 넷플릭스가 결국 '시간이 검증한 IP'를 돈으로 사들이는 전통적 방식으로 회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에는 15년 전의 악연도 겹친다. 2010년 당시 타임워너 CEO였던 제프 뷰크스는 넷플릭스를 두고 "알바니아 군대가 세계를 점령하는 것과 같다"고 폄하했다. 한때 케이블·스튜디오 공룡의 조롱을 받던 스트리머가 결국 워너를 통째로 인수하게 되자, 할리우드에서는 "알바니아 군대의 복수"라는 농담이 나온다.


입찰 경쟁은 치열했다.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주당 30달러 전액 현금 인수를 제시했고, 컴캐스트도 참여했다. 하지만 워너 이사회는 넷플릭스를 낙점했다. 거래가 무산될 경우 넷플릭스는 58억 달러의 위약금을 부담한다.


이번 거래는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와 주주 승인이라는 관문을 아직 남겨두고 있다. 최대 변수는 반독점 규제다. 넷플릭스 가입자 약 3억 명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통합 스트리밍 가입자 약 1억2800만 명을 합치면 시장 지배력 논란이 불가피하다. CNN은 "합병 이후 글로벌 스트리밍 점유율이 절반에 근접할 수 있다"며 "미 법무부의 강도 높은 반독점 심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입찰에서 탈락한 경쟁사들도 규제를 최대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워너 측에 '이번 거래는 규제 문제로 성사되기 어렵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와 워너 자산이 결합하면 글로벌 경쟁법상 허용 한계를 넘는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스트리밍 전쟁 '마지막 판'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CEO는 거래 발표 직전 워싱턴에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주요 의원들을 만나 반대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포스트는 그의 부친이자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고 전했다.


정치권 반발도 거세다. 엘리자베스 워렌 미 상원의원은 이번 합병을 두고 "반독점 악몽"이라고 비판하며 "소비자들은 결국 더 비싼 가격으로 영화와 시리즈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럴 아이사 의원도 "여러 반독점 레드 플래그가 보인다"며 법무부에 우려 서한을 보냈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번 거래에 대해 '강한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극장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넷플릭스는 "워너 영화의 극장 개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서랜도스 CEO는 투자자 설명회에서 "지나치게 긴 독점 창구는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극장 단체 시네마 유나이티드는 "글로벌 극장 산업에 전례 없는 위협"이라는 성명을 냈다.


월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인수 발표 직후 넷플릭스 주가는 소폭 하락했고, 워너 주가는 약 6% 상승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워너의 프리미엄 IP를 흡수하면 히트작 변동성이 낮아지고 고급 콘텐츠 공급이 안정화된다"며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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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쟁자는 유튜브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료 가입자 기준으론 넷플릭스가 최강자지만, 시청 시간과 광고 시장에선 유튜브가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딜이 왕좌를 지키기 위한 방어전인지, 산업 전환기의 신호인지는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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