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인근서 탈진…비상 장비 미지급·구조 연락 지연 여부가 쟁점
오스트리아의 한 30대 여성이 남자친구와 오스트리아 최고봉 등반에 나섰다가 6시간 동안 홀로 방치된 후 끝내 숨졌다.
6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숙련된 전문 산악인 오스트리아인 남성 A씨(39)가 오스트리아 최고봉에서 여자친구 B씨(33)를 얼어 죽게 버려둔 혐의로 기소됐다.
잘츠부르크 출신인 이들 두 사람은 지난 1월 19일 밤 오스트리아 그로스글로크너산(3798m) 정상 등반을 시도했다. B씨는 정상을 눈앞에 둔 지점에서 극한의 추위와 고도, 체력 저하 등으로 인해 더는 등반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탈진했다. 당시 이곳의 기온은 영하 20도 정도였으며, 시속 72㎞에 이르는 강풍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더 낮았다.
A씨는 당일 오전 2시쯤 B씨가 힘들어하기 시작해 더 버틸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등반 경험이 많은 그는 하산 당시 등산 초보자였던 여자친구에게 비박 장비나 응급 담요 등을 건네지도 않았다. 결국 B씨는 저체온증에 시달리며 방향 감각을 잃은 상태로 방치됐고, 결국 동사했다. B씨가 발견된 지점은 정상에서 150피트(약 45~50m) 아래였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예정보다 두 시간 늦게 등반을 시작했으며 적절한 비상 장비도 갖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더구나 B씨는 위험한 고산 지형에 적합하지 않은 차림으로 등반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책임 있는 가이드'로 이 등반을 기획·주도한 A씨가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등반을 계속했으며, 구조 요청 또한 늦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A씨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구조대원들의 전화를 몇 번이나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난 신고는 결국 1시간 30여분이 지체된 오전 3시30분에야 접수됐다. 더구나 강풍으로 인해 헬리콥터 구조가 지체돼 구조대는 오전 10시쯤에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에 대해 "비극적인 사고일 뿐"이라고 밝혔다.
지금 뜨는 뉴스
현재 A씨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사건은 내년 2월 19일 인스브루크 지방 법원에서 심리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