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푸른 털의 개 포착돼 논란 확산
우크라 당국 “스프레이로 중성화 표식” 해명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서 발견돼 방사능 돌연변이 가능성이 제기됐던 '푸른 털의 들개' 논란이 일단락됐다.
데일리메일,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최근 우크라이나 환경 당국이 푸른 들개에 대해 "중성화 표식을 위한 스프레이를 뿌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발단은 체르노빌 유기견 보호단체 '클린 퓨처스 펀드(도그스 오브 체르노빌)'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이다. 이 단체는 출입금지구역에서 약 700마리의 개를 돌보고 있다.
단체는 "최근 포획 과정에서 "몸 전체가 파랗게 보이는 개 세 마리를 확인했다"면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며, 화학 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전만 해도 털빛이 정상이었다"는 지역 주민들이 증언 내용도 전해지면서 의문을 키웠다.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외신은 체르노빌 사고를 상기시키며 방사능 돌연변이 가능성을 암시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단체가 개를 염색했거나 사진을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단체는 "그럴 이유도 시간도 없다"며 추가 사진을 공개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체르노빌 환경 감시기관 에코센터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개들은 방사능과 무관하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중성화 수술 여부를 구분하기 위해 파란색 스프레이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사고는 1986년 4월 26일 구소련(우크라이나) 키예프시에서 남쪽으로 130㎞ 거리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530경 베크렐(Bq)의 방사능이 누출됐는데 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누출량의 10배 수준이다. 그 결과 수십만 명이 피폭과 방사능 후유증에 시달리며 죽거나 다쳤다.
사고 당시 주민들은 모두 피난했지만 이들이 남겨둔 반려견들의 후손은 지금까지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개들이 고방사능 환경에서 세대를 이어온 점에 주목해 유전적 변화를 연구해왔다.
오스트렌더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2023년 논문을 통해 체르노빌 들개가 외부 개체군과 섞이지 않은 독립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연구팀은 개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 체르노빌 원전 주변에 있던 개들이 주거단지, 슬라보티츠에 있던 개들과 유전적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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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원전 주변에 버려진 개들이 바깥 개들과 섞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번식하면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다만 이번의 푸른 들개 사례는 이같은 연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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