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발사, 다중 위성·야간 발사·민간 주도 전환의 3가지 변화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또 한 번 새로운 이정표에 도전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오는 27일 새벽 1시 전후(00시 54분~01시 1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4차 발사를 추진한다. 이번 임무의 목표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를 고도 약 600㎞의 태양동기궤도(SSO)에 정밀 투입하는 것이다.
이번 발사는 '반복 발사' 단계를 넘어, ▲야간 운용 ▲다중 탑재 ▲민간 주도 전환이라는 세 가지 변화를 동시에 시험하는 이정표로 평가된다.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11일 한국과학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누리호 4차 발사는 3차와 동일한 기본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탑재체 구성과 분리 기술, 민간 참여 범위가 크게 달라진 시험이 될 것"이라며 "이번 발사로 기술적 신뢰성과 산업화 기반을 함께 검증하게 된다"고 밝혔다.
새벽 1시 발사, '오로라 위성'의 시간 맞추기
누리호의 발사 시각이 새벽으로 정해진 이유는 주 탑재체의 임무 때문이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지구 자기장·오로라 관측을 위해 태양과 지구의 상대 위치가 정해진 적도 상승교점 지역시(LTAN) 12시 40분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이를 만족하려면 발사 시각을 자정~새벽 시간대로 조정해야 하며,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근접 통과 시간(01시 10~12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00시 54분 전후가 최적의 발사시간대다.
한 소장은 "위성의 관측 시간 조건 때문에 새벽 발사가 불가피하다"며 "기상과 상층풍이 받쳐준다면 창구 초반 점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실제 발사 환경과 동일한 야간 리허설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기술적으로 낮과 밤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인력 피로도는 변수이기에 절차를 세분화하고 점검 단계를 강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핵심 체계는 그대로, 분리·확인 기술은 정교하게
누리호 4차는 3단 액체엔진 기반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지만, 탑재체 구성과 분리·확인 방식은 한 단계 진화했다.
3차 발사에서는 180㎏급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샛 7기를 실었으나, 이번에는 중형급 주 탑재체 1기(차세대 중형위성 3호, 약 516㎏)와 큐브샛 12기를 동시에 올린다.
이에 따라 항우연은 12기 큐브샛을 좌우 6기씩 장착할 수 있는 다중 어댑터를 새로 설계했다. 분리 확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상단 내부 카메라를 1대에서 3대로 늘렸고, 분리 시 발생하는 음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벤트 카울(vent cowl)'이라 불리는 음향 저감 장치를 도입했다.
분리 시퀀스 역시 기존의 20초 간격에서 벗어나 18~23초 가변 간격으로 조정됐으며, 2기 동시 분리 방식이 새로 적용됐다. 누리호는 자세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큐브샛 간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한 소장은 "3차 때는 큐브샛 한 기의 분리 영상이 미확인된 경험이 있었다"며 "이번엔 분리 과정을 완전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장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참여하는 '산업화의 첫 관문'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주도 발사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도 크다.
4차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제작·조립을 주관하고, 발사통제센터(NCC)와 임무통제센터(MDC)의 운영에도 직접 참여한다. 민간 참여 인력은 3차의 21명에서 이번엔 32명으로 확대됐다. 항우연은 사업 총괄과 비행운용을 담당하고, 우주항공청은 발사 허가와 관리·감독을 맡는다.
한 소장은 "7차 이후에는 민간이 제작·조립·운영을 모두 맡고, 정부는 감독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체계로 전환될 것"이라며 "누리호의 반복 발사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여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기상·충돌·환경…3중 안전망으로 대비
발사 당일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상·우주충돌·우주환경이다. 지상 평균풍이 초속 15m 이상이거나 순간풍이 초속 21m를 넘으면 발사가 연기된다. 발사 8시간 전에는 라디오존데를 띄워 고층풍을 실측하고, 하중·제어 조건을 최종 점검한다.
또한 ISS 등 유인체와의 충돌 위험을 검토하고, 큐브샛 분리 간격과 자세를 변경해 상호 충돌을 피한다. 태양흑점 폭발 등 우주환경 교란이 심할 경우 통신계통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새벽 발사는 태양입자 폭풍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누리호는 이륙 후 약 8~9분 만에 주 탑재체를 궤도에 투입한다. 1단은 제주 남동쪽~오키나와 해역, 페어링은 필리핀 동쪽, 2단은 필리핀 인근 해역에 낙하할 예정이다.
비행 중 이상 편차가 발생하면 비행종단시스템(FTS)이 즉시 작동해 파괴 명령을 내린다. 모든 분리 종료 후에는 '해피(하향) 기동'으로 감속해 재진입 기간을 단축하고 우주 잔해(데브리) 발생을 최소화한다.
누리호는 2022년 발사 성공 이후 4·5·6차 연속 발사를 통해 신뢰성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번 4차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민간 이전과 기술 검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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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장은 "스페이스X가 반복 발사로 신뢰도를 높였듯, 우리도 꾸준한 발사를 통해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며 "정부가 확보한 기술을 민간이 이어받아 상업 발사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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