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강달러 완화 예상·韓 신용리스크 없어
외인, 급등한 韓·日증시 차익 시현한 것일 뿐
고환율이 수출 등 韓 펀더멘털 강화에 기여
원·달러 환율이 지난 7일 야간거래에서 1460원대까지 상승했다. 1460원대 환율은 지난 4월9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큰 폭으로 조정되고 국채 금리는 급등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환율 공포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10일 iM증권은 '환율 상승, 정말 악재인가?' 보고서에서 "환율 상승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치명타를 미칠 커다란 악재는 아니며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美 Fed 금리 인하 등 유동성 확대→달러 강세 완화될 듯
달러 강세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미국 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다.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연방정부 폐쇄에 따른 재정지출 급감,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대형 클라우드 기업) 자금 조달 확대 등으로 인한 달러 유동성 부족 등이 달러 강세를 촉발한 것이다. 그러나 단기 자금경색 현상을 촉발한 연방정부 폐쇄는 오는 27일 추수감사절 이전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금경색 현상도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를 비롯한 유동성 확대 정책도 달러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방정부 폐쇄 장기화에 따른 4분기 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자금경색 현상도 미 Fed의 추가 금리 인하 사이클이 12월로 종료되지 않을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유동성 필요에 따라 곧 채권 매입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확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단기 자금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Fed가 유동성 확대에 재차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원·달러 환율 급등을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내외 신용위험에 따른 자금 유출 리스크였다. 박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대외 신용위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국내 신용위험도 국내 각종 신용지표 흐름을 보면 특별한 위험 시그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신용스프레드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CDS 프리미엄 역시 절대적 수준이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한국증시 이탈 이유는 무엇일까. 박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달러 유동성이 급등한 주요 자산시장에서 일부 차익 시현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며 "10월 초 이후 주요국 주가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한국과 일본이 주요 차익 시현 타깃이 됐고 이에 따라 원화 및 엔화가 여타 국가와 비교해 10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국채 금리의 급등도 환율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금리동결 분위기 강화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차익 시현으로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박으로 작용했다.
고환율, 한국 경기·금융시장에 긍정적 기능할 수도
현재 1400원대 환율 수준을 과거와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나 세계 경제의 신용위기, 부채위기 때문이 아니라 G2의 상황이 강달러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및 디지털 경제·인공지능(AI) 주도권 강화, 그리고 중국의 디플레이션 리스크 등이 달러화를 추세적으로 강하게 만들었다.
미 Fed가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주요국 대비 미국 기준금리 수준이 높다는 것도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높은 금리는 한마디로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탄탄함을 뜻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고 성장률마저 미국이 높다. 경제 펀더멘털상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가 이른바 '뉴노멀'이 된 것이다.
원화 약세라는 뉴노멀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으로 국내 자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꼽힌다. 연기금은 물론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해외투자를 급격히 확대한 것도 수급 측면에서 구조적 원화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자금의 블랙홀이 돼 전 세계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현재의 고환율이 오히려 수출 경기 등 국내 경제 펀더멘털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를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은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화 약세가 교역조건 개선 압력, 즉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환율 상승이 수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유가 하락이 환율 상승에 따르는 비용증가를 상쇄시키는 한편, 환율 상승은 반도체 가격 급등과 함께 기업들의 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일본의 '슈퍼 엔저'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없지만 이전과 달리 현 국면에서 원화 약세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대내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외국인투자자의 차익 시현이 마무리되고 미국 내 자금경색 현상마저 완화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재차 국내 주식시장으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원화 가치 약세가 한국 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을 일부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국내 수출기업들에는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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