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이 14일(현지시간) 3주차에 접어들었다. 미국 역사상 다섯번째로 긴 셧다운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임시예산안이 상원에서 여덟번째로 부결됐다.
미 연방의회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공화당의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CR)을 투표에 부쳤으나 찬성 49표, 반대 45표로 부결됐다.
필리버스터를 저지할 수 있는 정족수인 찬성 60표를 얻지 못하며 총 여덟차례의 표결이 모두 부결된 것이다.
민주당은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주장하며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일단 임시예산안을 처리해 정부를 정상 가동한 뒤 별도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여야의 이 같은 입장차는 셧다운에 돌입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좁혀지지 못한 채 진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셧다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부처의 공무원 4100명 이상을 해고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셧다운을 계기로 민주당 색채가 강한 정부 프로그램들을 폐쇄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지금 완전히 당하고 있다(getting killed)"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폐쇄하고 있는 건 우리가 예전부터 폐쇄하길 원했던 것들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길 바랐던 민주당 프로그램들"이라며 "이제 우리는 그걸 폐쇄하고 있고 다시는 돌아오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폐쇄하는 '민주당 프로그램' 목록을 오는 17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는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겨냥해선 "그는 급진 좌파가 당을 접수하도록 허용했다"며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이번 주에도 하원을 열지 않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다시 한번 민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슈머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의 정책들은 시골 지역의 의료 서비스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이제 자신들이 만들어낸 의료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정부를 셧다운시켜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백악관의 공무원 해고 조치에 대해 "트럼프와 러셀 보트(백악관 예산관리국장)가 미국 국민들을 셧다운의 희생양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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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 연방의회가 임시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며 연방정부 자금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여성·영유아 식량 보조 프로그램(WIC)은 관세 수입 3억달러를 전용해 운영을 이어가기로 했다. 100만명 이상의 미군은 오는 15일 급여를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군인들이 급여를 정상적으로 받도록 국방부(전쟁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수십만명의 연방 공무원들은 이미 일부 급여를 받지 못했으며, 다수의 정부 계약업체 근로자들도 셧다운 기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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