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들소 등 실제 크기로 새겨
해 떠오를 때 특정한 빛의 각도서만 보여
약 90분 동안만 육안으로 식별 가능해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사막에서 낙타와 가젤 등 포유동물을 실제 크기로 바위에 새긴 암각화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일 연합뉴스는 A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사우디 북부 사우트 지역에 있는 나푸드 사막 사암 절벽에서 낙타, 가젤, 당나귀 같은 포유동물이 그려진 암각화가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 장소는 고지대 절벽으로 평평한 바위에 새겨진 그림엔 동물들이 약 1.8m 길이의 실제 크기로 그려져 있었다. 또 그 아래 지형에선 암각화 제작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 모양 바위 도구들이 발굴됐다.
특히, 연구팀은 발견된 유물 중 타조알, 굴 껍데기, 화덕의 숯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고 매장된 유물 주변 퇴적층이 마지막으로 햇빛에 노출된 시점부터 경과한 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물의 연대는 약 1만2800년전부터 1만1400년전으로 나타났다. 사막 암각화가 약 7000년전 해당 지역을 점유한 인간 집단이 그렸다는 기존 가설을 뒤엎는 결과다.
이번 발견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중동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오래된 대형 야생 동물 그림"이라고 전했다. 발굴 조사를 주도한 독일 막스플랑크지구인류학연구소 고인류학자 마리아 구아그닌 박사는 "매우 섬세하게 그려진 암각화"라며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상당한 기술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이 암각화들이 정해진 시간대에만 보인다는 것이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 특정한 빛의 각도에서 약 90분 동안만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구아그닌 박사는 "발견 당시 운이 매우 좋았다"고 했다.
이번 발견 가운데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이 암각화들이 정해진 시간대에만 보인다는 것이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 특정한 빛의 각도에서 약 90분 동안만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그림 속 동물 중에는 오록스도 있었다. 오록스는 가축화된 소와 들소의 조상으로 17세기쯤 멸종했다. 건조한 사막지대 환경에서는 생존하기 힘들었던 동물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이 지역에 살았던 인류가 건기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오록스를 보고 이를 기억해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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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연구팀은 또한 1만 2000년 전 당시 물웅덩이나 계절에 따라 잠깐 나타난 담수원이 빙하기 이후 사막 지대에 인류가 정착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암각화와 바위도구들의 발견은 기존에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 지역에 2000년 더 일찍 인류가 생활했던 것을 보여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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