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기 위한 노력 이어져
급수 지원 위해 2차 국가소방동원령 발령도
강릉 지역이 최악의 가뭄으로 정부의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된 지 열흘째를 맞으면서 생활 필수 시설인 화장실 사용을 둘러싸고도 여러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곳곳에서 결국 단수가 시행됨에 따라 강릉 시민은 요강과 페트병 등을 가족들의 소변을 모아두는 등 궁여지책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강릉시 또한 식사 시 비닐 활용 등으로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일 저녁 강원도 강릉 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페트병에 소변을 본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소변을 페트병에 모아둔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그는 "저희 남편이 그러겠다니 아들도 따르겠다네요"라면서 "그게 차라리 깔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여자인 저는 어쩔 수가 없네요"라며 "받아놓은 물 부어서 내려야지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A씨는 "병은 추후 재활용 말고 종량제 봉투로 처리하려고요"라고 덧붙였다.
카페 회원들은 "저희 막내도 소변 후 물 내리기 금지 (안내) 방송 듣고 냄새난다고 패트병에 싸겠다네요", "살려면 어쩔 수가 없지요"라며 공감했다. 한 회원은 댓글에 "우리 집은 가족 수대로 요강 구매했어요"라며 "위생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아 각자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버려요"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강릉시는 8일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일회용 식판용 비닐 커버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참여 시설은 강릉시립복지원과 강릉종합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65개소로, 식판 세척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최소화해 매일 반복되는 대규모 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와 더불어 1회용품 및 간이식을 활용해 물 사용량을 절감하고 있으며 절약된 물은 입소자들의 생활 위생관리와 필수적인 급수 용도로 우선 활용하고 있다.
강릉에 비 안 오면 4주 내 오봉저수지 저수율 5% 아래로
8일 한국농어촌공사와 강원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확인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4%로, 전날까지 확인된 12.7%보다 0.3%P(포인트) 더 낮다. 역대 최저 수준의 저수율이다. 지난 7월 23일 36.7%까지 오른 저수율은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47일 연속 감소하고 있다.
악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6일 오전 9시부터 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수용가 123개소를 대상으로 급수제한을 실시하는 가운데 강릉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급수제한과 생수 배부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도는 강릉지역 식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이 같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오봉저수지의 여유 담수가 오는 30일까지만 사용할 정도의 수량으로 잠정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주간 생활·공업용수 가뭄 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저수율은 4주 내 5%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시의 물 공급 87%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수위는 99.5m로 정상적인 물 공급 한계선인 사수 위까지 7m 남았다. 사수(死水)란 말 그대로 '죽은 물'로, 저수지 바닥 아래에 있어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물을 뜻한다. 이에 사수 위 위쪽의 물만 공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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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은 최악의 가뭄피해가 이어지는 강릉지역 급수 지원을 위해 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8일부터 본격적인 급수 지원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강릉시는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123개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7일에는 군부대 차량 400대와 해군·해경 함정 2대, 육군 헬기 5대, 지자체·민간 장비 45대가 투입돼 약 3만t을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 등에 공급했다. 이 가운데, 강릉 외 다른 지역도 가뭄에 직면했다. 삼척·정선·태백의 주요 생활 수원인 광동댐 역시 저수율이 급격히 낮아지며 '가뭄주의보'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사태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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