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우유 갑질]②납품단가 '일괄 인상' 압박했나…공정위 '제소'

시계아이콘02분 0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매출 2조원대 국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카톤팩 납품업체들에 사실상 동일한 인상률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8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우유 납품 업체 공문에 따르면 2022년 4월 한국팩키지·에스아이지패키징코리아·삼륭물산·삼영 등 4개 우유 팩 납품 업체는 원가 급등을 이유로 서울우유에 납품가격 15~20%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우유는 후발 업체인 삼영에 "4.9% 인상만 받아들이라"고 압박했고, 이후 다른 업체에도 동일 인상률을 적용하라는 식으로 요구했다는 것이 삼영 측 주장이다.

닫기
뉴스듣기

표준품인가 맞춤 생산인가…하도급법 적용 여부 쟁점
"강요 없었다"는 서울우유 vs "직접 조사해야" 맞선 삼영

매출 2조원대 국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카톤팩(우유팩) 납품업체들에 사실상 동일한 인상률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8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우유 납품 업체 공문에 따르면 2022년 4월 한국팩키지·에스아이지패키징코리아·삼륭물산·삼영 등 4개 우유 팩 납품 업체는 원가 급등을 이유로 서울우유에 납품가격 15~20%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우유는 후발 업체인 삼영에 "4.9% 인상만 받아들이라"고 압박했고, 이후 다른 업체에도 동일 인상률을 적용하라는 식으로 요구했다는 것이 삼영 측 주장이다. 당시 서울우유는 삼영과 카톤팩 사업부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4.9%만 받아들여라"…인상률 '일괄' 적용

삼영이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는 당시 협상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서울우유 구매팀은 지난 5월16일 본사 인근 카페에서 4개 사 담당자를 불러 수의시담(隨意市談)을 진행하고, 19일에는 수정계약 관련 입찰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우유 측은 삼영 관계자를 따로 불러 "다른 회사들이 17~18% 인상을 요청해도, 삼영은 곧 서울우유와 식구가 될 거니까 괜히 동조하지 말라"며 "인수 문제도 있고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원래 5% 인상을 생각했지만 4.9%로 정했다"면서 "입찰은 형식일 뿐이고 유찰되면 결국 4.9%에 맞추면 된다"는 발언도 적시됐다.


[서울우유 갑질]②납품단가 '일괄 인상' 압박했나…공정위 '제소'
AD

실제 5월 체결된 수정계약서에는 구체적 단가가 명시됐다. 200㎖는 25.1원에서 26.3원으로 4.8% 인상, 500㎖는 44.3원에서 46.5원으로 4.9% 인상, 1000㎖는 71.7원에서 75.2원으로 4.8% 올랐다. 다른 유업체들이 같은 시기 협력사와 5~10% 인상에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우유의 인상률은 낮았다.


삼영은 "우유 팩 공급업체들이 직접 원재료 인상 등으로 15~20% 인상 요인을 근거로 요청했음에도, 서울우유는 신고인을 포함한 공급업체에 모두 4.9% 일괄 인상을 강요했다"며 하도급법 제4조(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 위반을 지적했다. 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인상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삼영은 단가 차이로 발생한 손해액을 1년간 약 13억8000만원으로 산출해 신고서에 첨부했다.


제조위탁 여부, 일괄 인상 등이 쟁점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하도급법 적용 여부다. 하도급법은 대기업 등 원사업자가 중소·중견 등 수급사업자에게 제조·수리·건설·용역 등을 위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행위를 금지한다. 법은 '제조위탁'을 "원사업자가 원재료나 도면을 제공하거나 사양을 정해 제품을 제조·가공하게 하는 경우"라고 정의한다.


[서울우유 갑질]②납품단가 '일괄 인상' 압박했나…공정위 '제소'

삼영은 납품 우유 팩이 단순 기성품이 아니라 "서울우유 로고와 디자인이 인쇄된 맞춤형 포장재(OEM)"라며 "서울우유가 사양·디자인·인쇄 내용을 지정하고 우리는 그대로 제작·납품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납품한 제품에는 '서울우유' 로고와 '삼영왕관팩' 문구가 함께 인쇄돼 있다. 반면 서울우유는 "우유 팩은 국제 규격에 따라 표준화된 제품으로, 별도의 설계·기술을 위탁한 것이 아니다"라며 하도급법 적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 규격 제품이라도 원사업자 지정 사양·인쇄·디자인이 실질적 제조 지시로 볼 수 있는지가 법리 판단의 관건이다.


두 번째 쟁점은 인상률의 '일괄 적용'이 정당했는지 여부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대금을 결정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서울우유가 복수 협력사에 개별 원가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 인상률을 사실상 강제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국제 규격화된 제품 특성과 원재료 비중 등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었다면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우유 갑질]②납품단가 '일괄 인상' 압박했나…공정위 '제소'

삼영은 "원가 구조가 업체별로 다른데도 서울우유가 모든 협력사에 4.9% 동일 인상률을 강제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우유는 "규격화된 품목이고 원자재 비중이 커서 차등을 둘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이 '정당한 사유'에 더 가깝다고 볼지는 공정위 판단에 달려 있다.


우유팩은 유업 공급망에서 핵심 포장재다. 인상률이 5% 안팎이라도 원유 가격, 물류비, 유통 마진과 겹칠 경우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가격 결정 과정의 공정성은 중소 협력사의 생존과 직결된다. 물량 배분이 납품 단가와 결합하면 중소 협력사의 생존권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D

서울우유 측은 "삼영이 조합의 하도급법 위반을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조정절차에 회부된 상태"라며 "하도급법 관계가 쟁점인 것은 사실이나 공정거래조정원 조정절차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자세한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