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역사' 박세리役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
얕은 극적 갈등…일상 속 작은 순간들로 마음 변화 그려
개방된 감정, 밝은 얼굴 위에서 순수한 열망으로 드러나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주인공 박세리(신은수)는 곱슬머리 고등학생이다. 수학여행에서 짝사랑하는 김현(차우민)에게 고백할 수 있는 상황을 맞는다. 친구들이 숲속 공터에 예쁜 조명을 매달아 마음을 전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
하지만 김현 앞에서 박세리는 머뭇거린다. 고백을 도와준 한윤석(공명)이 자꾸 시야에 들어온다. 결국 박세리는 자신에게 고백한다. "항상 내가 변해야 누군가가 나를 좋아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걔 앞에서는 그런 생각이 하나도 안 들더라."
신은수는 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박세리는 김현을 마주하기 직전까지 한윤석을 향한 마음을 확신하지 못했다"며 "이전 장면들에서 한윤석을 향한 마음이 조금씩만 새어나갈 수 있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에서 연인으로의 변화는 특별한 계기보다, 마음이 서서히 움직이는 장면을 통해 드러나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선 장면들에서 박세리의 마음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기미가 있어도 다음 장면으로 바로 넘어가는 편집이 반복된다. 한윤석이 엄마 장미(홍은희)의 미용실에서 박세리의 머리를 감겨주는 신이 대표적이다.
박세리는 김현에게 더 예뻐 보이기 위해 스트레이트파마를 하려 한다. 질투가 난 한윤석은 파마약 효과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린스를 사용한다. 엄마가 "이런 실수할 애가 아닌데"라고 하자, 곧장 밖으로 나간다.
사실상 고백에 가까운 장면이지만, 남궁선 감독은 박세리의 어리둥절한 표정만 보여주고 다음 신으로 넘어간다. 한윤석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지 고민하는 장면은 뒤따르지 않는다. 박세리가 김현에게 고백하려다 마음을 돌리는 장면이 갑작스럽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부수적인 이야기들도 다르지 않다. 고백의 역사에는 IMF 금융위기, 수학능력시험, 돈독한 친구들 등이 배경으로 제시되지만, 관련 문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극적 갈등이나 강렬한 드라마 대신, 일상 속 작은 순간들로만 마음의 변화를 그려낸다. 그 때문에 박세리의 해맑고 순수한 얼굴에 기대어 소소한 재미를 전하는 데 머문다.
천편일률적 구조에 신은수는 당차고 밝은 모습을 반복적으로 연기해야 했다. 그는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를 처음 맡아봤다"면서도 "닮은 구석이 많아 편안하게 연기했다. 친구들이 실제 저를 본 듯하다고 얘기할 정도다"라며 웃었다. 이어 "내 안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처음이라 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남궁선 감독이 과감한 표현을 주문해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방된 감정은 신은수의 특유 밝고 천진한 얼굴 위에서 순수한 열망으로 드러난다. 장미에게 무료로 스트레이트파마를 받으려고 한윤석을 가리키며 "얘, 내가 바다에서 구해줬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당혹스러운 상황이지만,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상대 배우는 물론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청춘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풋풋한 감정이기에 긴장이 덜한 서사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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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는 특정 장면이 아니라 다시 돌아간 곱슬머리다. 스스로 변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상징한다. 그 자신감을 촬영 내내 품은 덕에 신은수는 한 단계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과감해지는 법을 배웠다. 박세리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런 경험이 배우로서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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