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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안전한 사회 꿈꾸는 공학자…"기술의 종착지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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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 소장 인터뷰
"공학과 우리 삶 연결하는 역할 나아가고파"

"여성의 소프트 파워가 빛을 발하는 때가 왔다."


공학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 소장(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내린 진단이다. 공학은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여성이 가진 섬세함으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워K우먼]안전한 사회 꿈꾸는 공학자…"기술의 종착지는 인간"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장이 11일 경기 안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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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이 이끌고 있는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는 전통적인 제조 활동에서 나아가 작업자 및 사용자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사용자 안전을 위한 소재와 제품뿐만 아니라 인간과 로봇의 협업 기술을 연구한다.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사람을 위해 연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 소장은 제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린 시절부터 공학에 관심이 많았나.


▲아니다. 교과목 중에 수학을 잘했고 좋아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 이과를 택했고 자연 과학과 공학, 의학 중에 골라야 했다. 이 가운데 공학 쪽을 배우면 구체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로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대학원을 갈 때쯤이었다. 학부 때 '방송 연구회'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동아리 특성상 사회과학, 인문학 전공인 친구를 많이 만났다. 그 친구들은 공학 전공인 학생과 달리 사회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당시 공학은 사람을 잘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건지 고민하게 됐다. 이후 여러 재밌는 경험을 하면서 공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어떤 재밌는 경험인가.


▲학부 4학년 때부터 방송 연구회 동아리 활동으로 기반으로 KBS와 MBC의 과학 방송 프로그램에서 과학기술 전문 리포터를 맡게 됐다. 요즘 어떤 과학 기술이 있는지 소개하고 현장에 있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일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공학과 우리의 삶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내가 몸담은 분야의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다른 분야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셈이다.


[파워K우먼]안전한 사회 꿈꾸는 공학자…"기술의 종착지는 인간"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장이 11일 경기 안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과거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공학을 택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학창 시절 이과를 택할 때부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무섭게 겁을 주고 그런 건 아니지만 부모님은 여성이 이과를 선택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학교에서 희망 진로를 '이과'라고 적고 왔는데 부모님이 선생님께 전화해서 문과로 바꾼 적도 있다. 하지만 꼭 이과로 가고 싶었다. 계기는 어린 시절 물리 선생님이다. 물리 선생님이 나에게 나중에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와 같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응원해줬다. 그게 계속 마음에 남으면서 이 길을 택하게 됐다.


-대학교 가서는 힘들지 않았나.


▲당시 서울대 공대 전체 한 학년이 700명 정도인데 여학생은 다 모아도 10명이 채 안 됐다. 그래도 여성이라고 배제되는 일은 없었다. 성별을 떠나서 다들 공부를 열심히 했다. 다만 공대에 여학생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다른 건물로 넘어가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2003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속하면서 안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파견을 갔다 오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 융합 신산업 전략기획단에서 융합에 대해 고민도 했지만 결국 우리 기술의 수요자가 누구인지 많이 생각했다. 결국 어떤 기술을 연구하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활용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 기본이 생명과 연계된 안전이라고 떠올렸다.


현재 소장을 맡고 있는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도 그런 맥락 속에 있다. 원래 명칭은 융합기술연구소였는데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생산 기술의 변화에 맞춰 조직명을 변경하라고 숙제를 줬다. 우리는 기술 자체를 보지 말고 기술의 최종 종착지에 집중했다. 결국 인간이다. 제조 현장에서 인간에게 위험한 일을 자동화하고 소재 또는 부품을 생산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최종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인간을 추구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불명확한 일이지만 공학과 접목하면 명확해진다.


[파워K우먼]안전한 사회 꿈꾸는 공학자…"기술의 종착지는 인간"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장이 11일 경기 안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소장으로서 기억에 남는 개발품은 무엇인가.


▲바닥 신호등이다. 원래는 약시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에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이 작아서 큰 반응은 없었다.


여기서 한 기업의 대표가 휴대전화를 보면서 다니는 사람을 위한 바닥 신호등이란 아이디어를 냈다. 국토교통부, 도로교통공단 등과 논의하면서 규격을 충족시키고 안전 인증 규정도 통과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에서 "바닥이 파란불로 바뀔 때 운전자가 착각해서 차량을 출발하면 어떡하냐"고 의견을 냈다.


그런 위험은 없다고 증명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었다. 단순 추측이 아닌 구체적 수치와 근거가 필요했다. 삼척시가 시범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사거리 하나를 내줘서 바닥 신호등을 설치하고 한 달간 관찰했다. 차량 약 2000대가 지나갔는데 바닥 신호등 때문에 착각한 운전자는 없었다. 아울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고 위험이 없다고 증명했다. 1월이어서 추웠는데 연구팀들이 삼척시 사거리에서 참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바닥 신호등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현재 롤모델이 있나.


▲어릴 때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멋있는 성과를 내는 분들이 롤 모델이었다. 하지만 2011년 파견 이후 달라졌다. 당시 융합 신산업 분야를 담당했는데 재료공학, 전자, 바이오 등 각 연구소에서 전문가들이 파견 왔다. 인원 5명이 매일 모여서 융합 신산업을 논의했고 '웰니스(Wellness·건강 및 치유 목적의 관광 활동) 산업'을 출시했다. 웰니스에 처음으로 산업을 접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이나 사업을 기획하고 부처마다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부터 행정과 전문적 분야를 연결해서 성과를 내신 분을 롤 모델로 삼게 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재 롤 모델이다. 정 장관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확산하던 시기에 질병관리청장으로서 훌륭하게 대응했다. 아울러 급박한 상황인데 차분하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대안을 제시했고 그 대안을 수행했다는 것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파워K우먼]안전한 사회 꿈꾸는 공학자…"기술의 종착지는 인간"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장이 11일 경기 안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화려한 커리어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겪은 적 있는가.


▲다행히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같은 실험실에 있던 선배와 결혼해서 나의 고민에 대해 잘 이해해줬다. 대학원 다니던 시기에 아들이 태어났는데 이때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이렇듯 혼자서 여기까지 올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을 나타낸다. 아이와 관련된 어려움은 종류와 깊이가 다르겠지만 여성 선배분들 모두 겪었다.


그래도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 연구소에서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많이 쓴다. 아내가 6개월 육아휴직을 썼기 때문에 이제 자기 차례라면서 육아휴직을 신청한다. 저희 때는 상상도 못한 이야기지만 이게 맞다. 한 사람이 2~3년씩 직장에서 자리를 비우는 건 힘들다. 여성도 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이런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공학자를 꿈꾸는 여성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는가.


▲저도 이렇게까지 오는 데 힘든 과정이 많았다. 좌절할 때도 있다. 우리는 계속 뛰기 힘들다. 하지만 누구나 서지 않는 건 할 수 있다. 안 달려도 되니까 서지 않고 계속 걸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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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 사회 흐름이 여성에게 기회인 것 같다. 더욱 섬세한 것을 원하고 사람들의 수요도 다양해졌다. 여성의 소프트 파워가 힘을 발할 때다.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에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여성의 장점이 공학 분야에서도 장점으로 발휘될 것이라고 본다.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 소장은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 학사를 전공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섬유공학 석사와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생산기술 관련 공학을 연구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회 위원장, 규제혁신위원회 위원 등을 담당했다. 현재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 산업표준심의위원회 위원, 소비자정책위원회 전문위원 등도 맡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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