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
차세대 AI 칩 청사진 등도 함께 밝혀
블랙웰·블랙웰 울트라 생산 속도 빨라
루빈은 예정대로 내년 출시 확언
블랙웰은 HBM3E·루빈은 HBM4 탑재
HBM 공급 삼성·SK도 많은 수주 전망
HBM4부턴 공급망 재편 가능성
중국향 H20에 들어갈 HBM도 새 국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가 28일 2분기(5~7월) 예상치를 웃돈 호실적과 함께 차세대 제품들에 관한 장밋빛 청사진, 중국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 향후 실현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구상대로 흘러간다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등 엔비디아 경영진은 이날 회사의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은 입장문과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자사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제품들이 기존 계획대로 양산, 출시되는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 순항을 이어갈 것이라 자신했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개발 중인 '루빈' 시리즈가 "(예정대로)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라 확언하며 "이를 통해 연간 제품 출시 주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도 "루빈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대거 담길 것"이라며 "앞으로 1년 동안 루빈이 가져올 수많은 혁신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있다. 지금 당장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GTC(10월)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루빈은 엔비디아가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 다음으로 내놓기 위해 만들고 있는 차세대 AI 가속기 시리즈 제품이다. 여기에는 6세대 HBM인 HBM4가 본격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루빈의 수요가 늘어나면 HBM 역시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해질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많은 수주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최근 흐름과 비교해,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특이한 변동사항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여전히 AI 수요는 높고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우리 기업들의 미래도 여전히 밝다"고 했다.
다만 외신과 업계에선 HBM4부터 엔비디아가 공급망을 재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 세대인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HBM4에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마이크론으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늘리는 등 일부 조정이 있을 것이란 후문이 적지 않다.
미국의 유력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올해 약 90%에 이르렀던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HBM 공급 점유율이 내년에는 50% 수준으로 내려가고 그 빈 자리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가 25~30%, 마이크론은 20~25%가 될 것이란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는 모두 올해 HBM4 샘플을 만들어서 엔비디아에 제공한 후 공급 여부에 관한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론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 큰 비중을 차지하고자 하는 3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보다 앞서, 당장에도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3E 등 전 세대 HBM 제품들의 수급량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엿보인다. 황 CEO는 루빈보다 먼저 만들어진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의 현재 수요도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웰에 대해선 "세계가 기다려 온 AI 플랫폼으로, 이전과는 다른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고 했고 울트라에 대해선 "생산이 최고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수요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블랙웰과 블랙웰 울트라엔 SK하이닉스의 12단 HBM3E가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계획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선 고무적이다. 엔비디아는 중국에 H20 칩을 수출할 활로를 열려 하고 있는데, H20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만드는 HBM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중국 시장은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대응한다면 올해 약 50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500억 달러 이후엔 매년 50%씩 성장할 것으로도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H20 칩은 지난 4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규제로 중국 수출이 제한됐다가 지난달 판매 재개 승인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그 대가로 중국 수출 매출액의 15%를 미국 정부에 세금으로 내기로 했다. 아직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 절차가 지연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H20 구매를 중단을 요구하는 조치를 내려 어려움이 생겼지만, 이는 곧 해결될 것이란 게 외신과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 국면으로 전환될 여지는 있다. 그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은 HBM3를 H20에 넣어 중국에 팔아왔지만, 최근 중국 수출용 H20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HBM3E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HBM3E를 만들어 공급할 회사를 새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삼성전자가 그대로 납품할 수도 있고 새롭게 SK하이닉스가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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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엔비디아는 2분기에 매출 467억4000만 달러(약 65조1555억원), 주당 순이익 1.05달러(약 1463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가가 전망했던 매출 460억6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1.01달러보단 조금 높았고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56% 올랐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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