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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사실을 말해도 "그건 거짓말"...'부족본능'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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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이 거둔 4강 신화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용인술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료본능이 내집단 소속원들의 행동에 순응하도록 유도하는 반면, 조상본능은 존경받는 사람의 모습을 닮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반대하며 주변의 5개국이 침략하자 영웅본능을 바탕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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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모리스 '집단 본능'
2002 월드컵신화 이끈 '부족본능'
동료·조상·영웅본능으로 구분돼
동료본능 싱가포르 청정국 만들었지만
과도하면 인신론적 부족주의 빠져
美 부정선거 의혹 등 갈등 낳아

조상·영웅본능 전쟁 승리 이끌지만
개인숭배 불러 사이비종교 빠져
인종·종교 대량학살 비극 낳기도

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이 거둔 4강 신화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용인술(用人術)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 내 존재하는 유교 문화에서 기인한 체면문화가 실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선후배 위계의 틀을 없애기 위해 선후배가 한 방을 사용하게 하고, 경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여러 시도를 벌였고, 결과적으로 그런 노력은 빛을 발했다.

[이 책 어때]사실을 말해도 "그건 거짓말"...'부족본능'의 두얼굴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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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화심리학자로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및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마이클 모리스는 히딩크 감독으로 인해 이룬 2002년 월드컵 신화가 '부족본능'을 적절히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부족'은 "공동의 문화 지식이라는 접착제로 연결된 대규모 공동체"로 친족관계에 기인한 씨족 공동체를 넘어선 '지식 연대 집단'이다. "동료를 따라하고, 영웅을 본보기로 삼고, 전통을 계승하려"는 특성을 지니는데, 이는 각각 동료본능, 영웅본능, 조상본능으로 구분된다.


동료본능은 "다수의 타인이 공유하는 습성을 모방하기 위한 적응" 과정을 의미한다. 다수의 기준에 동조하는 군중심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에 저자는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준의 옳고 그름에 따라 긍·부정의 결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것. 일례로 과거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세울 당시 만연했던 '수압(Suap)' '쿰쇼(Kumshaw)' 등의 뇌물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영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뇌물 비리가 심각했던 항만 관리의 업무복도 기존 전통복인 바주 쿠룽(baju kurong)에서 영국 해군 사관생도복 스타일로 바꾸면서 의식의 변화를 유도했다. 실제로 점차 뇌물 수수가 줄었고, 이런 의식이 전염되면서 싱가포르는 청렴지수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국가가 됐다.


동료본능을 상업적으로 잘 활용한 브랜드는 코닥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진은 사진관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찍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다문 입 모양을 만들기 위해 당시 사람들은 '프룬수(prunes)'를 발음하곤 했다. 하지만 코닥은 "코닥으로 행복한 순간을 저장하세요"란 슬로건을 홍보하며 행복한 순간의 웃음을 기록하도록 권면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치즈" 발음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코닥은 카메라를 여러 학교와 기관 등에 제공하면서 기분 좋은 경험을 유도했고, 실제로 이후 20세기 초반 미국인들의 사진 포즈는 웃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다만 동료본능이 과도할 경우 '인신론적 부족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자신의 신념이 사실에 근거한다는 거짓 믿음을 갖고, 오히려 상대방의 신념이 왜곡됐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내집단인 부족에 순응하는 것이 진실보다 더 우선시되는 것이다. 저자가 언급하는 미국 내 부정선거 의혹과 각종 불복 소송 등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갈등은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반대편 정치 진영으로부터 하루에 10개씩의 뉴스를 몇 달간 받아보는 것. 결과는 어땠을까. 역설적으로 생각 차이는 오히려 더 넓어졌고, 불신의 골은 더 깊어졌다. '방어기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호를 보내는 쪽의 정치 성향이 너무 두드러지면 반대 진영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차단하려고 방어 태세를 취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상대가 다른 진영이라는 사실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가올 때는 귀를 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편'과 대화하는 구도가 아니라 음식, 커피 등 비정치적 주제로 장기적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동료본능이 내집단 소속원들의 행동에 순응하도록 유도하는 반면, 조상(영웅)본능은 존경받는 사람의 모습을 닮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반대하며 주변의 5개국이 침략하자 영웅본능을 바탕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례를 소개한다. 서기 72년 로마 점령 당시 이스라엘 반란군들이 마사다 언덕 요새에서 저항하다가 포로가 되는 대신 죽음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해당 이야기를 재구성해 "마사다는 또다시 함락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전통을 유지하려는 조상본능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조상본능, 영웅본능은 개인 숭배를 불러 개인을 사이비종교의 덫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저자는 "기독교와 유교를 합친, 수수께끼 같은 문선명 목사의 통일교에 입문한 이들도 많았다"며 포교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다. 대학이나 공원 등지에서 외로워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해 소그룹 모임을 나누며 이른바 '사랑폭격'을 전하고, 이후 가족과 친구들과 소통을 차단하고, 단계적으로 문 목사와 그의 사명에 대한 찬양을 집중적으로 입력한다. 저자는 "외부와 차단돼 단 한 명의 영웅에 대한 승인 신호로 가득 찬 환경에 놓이면 무분별한 추앙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만다"며 "이로 인해 (역사적으로) 인종, 종교 대량 학살이란 비극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책 어때]사실을 말해도 "그건 거짓말"...'부족본능'의 두얼굴

외서임에도 불구하고 2002년 월드컵 사례, 통일교 등 한국에 관한 내용이 다수 들어있다. 부키 출판사 관계자는 "저자분이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고 관련 연구도 많이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금주법의 탄생과 소멸, 브라질에서 TV 드라마가 불러온 출생률과 이혼율의 변화 등 흥미로운 주제를 살피는 재미도 크다. 다만 사이비종교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진정한 신봉자'를 침투시킨 뒤 (주변의) 시선을 모으며 탈퇴해 주변 사람의 동반 탈퇴를 부른다"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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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본능 | 마이클 모리스 지음 | 전미영 옮김 | 452쪽 | 부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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