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산재사고가 끊이질 않아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처벌 강화 대신 자율적으로 산재를 예방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산재예방에 상당한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제재와 엄벌에 치우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제의 한계로 '고비용 저효과'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례로 고용부 산업안전감독관 수는 중처법 시행 전부터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정부는 내년까지 1300명을 추가로 충원할 예정이다. 산재예방 예산도 2020년 5134억원에서 2024년 1조2878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중처법 우선 적용 대상인 50인(억) 이상 기업의 사고사망자는 중처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에서 2024년 250명으로 늘어, 사고사망자가 줄지 않고 있다.
정 교수는 "안전 선진국들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제재 강도를 높임으로써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방시스템의 충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업장 작업환경의 다양성과 급격한 기술변화 등을 고려할 때 사업주의 자율적 산재 예방 활동을 촉진하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산안법과 중처법상 중복·상이한 사업주 의무 조항 정비 ▲과도한 원청 책임 부여하는 도급규제 혁신을 통한 법 해석과 집행의 합리성 제고 ▲건설공사발주자 역할과 책임 명확화 ▲위험성평가 내실화 ▲세부 안전보건기준의 정교성 개선 ▲지도·지원 중심의 감독행정 전환을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병호 한국교통대 교수,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교수,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 경총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도 "생존에 급급한 중소기업 현실에서 정부 규제만으로 효과적 산재 예방 활동이 이루어지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제재나 처벌로 접근하기보다 더 큰 보상과 인센티브 제공으로 안전관리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중소기업 안전보건활동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고, 실효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전문인력 양성과 안전기술 연구개발, 민간 전문기관 활성화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산재 예방 지원 및 시장 진흥 법률'의 신규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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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안전선진국들은 엄벌주의 정책과 획일적 규제방식만으로는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 안전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힘을 모아 안전 시스템을 개선했다"면서 "산재예방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행 안전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이 중요하며 단전역량 부족으로 중처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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