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자사몰 활용 유통 전략 강화
아워홈 신규가입자 230% 급증
식품업계가 자사 온라인몰(자사몰)을 활용한 유통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생산 제품을 판매하는 채널을 넘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신제품 기획·마케팅 실험의 플랫폼으로 자사몰을 키우는 움직임이다. 기존 대형 유통망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 플랫폼을 확보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자사몰 '아워홈몰'을 통해 소비자 대상(B2C)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아워홈몰 매출은 전년보다 66% 늘었고, 신규 가입자 수는 230% 급증했다. 주력 간편식 브랜드 '온더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8% 증가했다.
식품업체 자사몰 성장세…가입자·매출 증가
동원F&B의 '동원몰'은 같은 기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60% 늘었다. 지난달 말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선 '동원참치 방탄소년단(BTS) 진 에디션' 2000세트가 완판됐고, 당일 하루에만 1334명이 신규 가입했다. 오뚜기몰도 자체 프로모션과 고객 관리(CRM) 강화로 매출이 48%, 신규 가입자 수가 13.8% 증가했다. 대상그룹의 '정원e샵'은 회원 수가 2020년 대비 24%, 매출은 2024년 기준 34% 늘었다.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에 유료 멤버십 제도인 '더프라임'을 운영하고 있다. 월 990원(또는 연 9900원)을 내면 10% 적립과 월 1회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3월 말 기준 CJ더마켓 누적 회원 수는 409만명, 프라임 회원은 15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36% 증가했다. 최근에는 캐릭터 브랜드 '벨리곰'과 협업한 굿즈 이벤트에 2만4000명이 참여했고, 준비된 수량은 조기 완판됐다.
독자 유통망 강화, 배송 서비스도 차별화
자사몰 강화 배경으로는 온라인 식품 시장 확대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47조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18.3%를 차지했다.
또한 쿠팡 등 대형 유통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높은 수수료와 고객 정보 비공개 정책으로 인해 식품업체들이 자사몰을 통해 직접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자사몰 할인 폭을 늘리고, 전용 상품 구성과 무료배송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CJ더마켓'에서는 햇반(210g 48개) 가격이 4만4000원, 비비고 왕교자(1.05㎏ 2개)는 1만8885원이다. 두가지 품목은 현재 추가 15% 할인을 받아 총 5만3452원에 구입 가능하다. 쿠팡 판매 가격(6만5570원)보다 1만원 넘게 저렴하다. 정원e샵에서는 종가 맛김치(900g) 1개를 7400원에 판매 중이다. 쿠팡 가격(8380원)보다 약 1000원 싸다.
배송 서비스도 강화했다. 아워홈은 '오늘도착·내일도착' 서비스를 통해 서울·경기 지역은 당일 배송, 전국 대부분 지역은 익일 배송 체제를 갖췄다. 주 7일 배송이 가능하며, 공휴일 배송도 지원한다. CJ제일제당도 '도착보장'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상은 자사 브랜드뿐 아니라 외부 브랜드 상품까지 함께 판매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
자사몰, 신제품 실험장으로
자사몰은 신제품 실험장 역할도 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CJ더마켓' 전용으로 출시한 '우리 아이 유기농 햇반(130g)'이 4개월 만에 월 5만개 이상 판매됐다. 대상은 정원e샵에서 자사몰 한정 '김치공방' 시리즈를 선보이며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오뚜기몰은 '패밀리데이 818' 등 자사몰 한정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아워홈도 '온더고' 신제품과 방송 연계 메뉴를 자사몰에서 먼저 선보이며, 기획과 소비자 반응을 동시에 테스트 중이다.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탄생한 '도가니 육개장'은 자사몰 선출시 후 1차 물량이 이틀 만에 완판됐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록인(Lock-in) 전략도 정교해졌다. CJ더마켓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연어 검색 서비스 '파이(Fai)'를 도입해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 추천해줘" 같은 질문에도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기존 키워드 기반 검색보다 직관적이고 재구매 유도력이 크다는 평가다. 아워홈몰도 구매 이력과 선호 메뉴, 계절 이슈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을 접목해 개인화된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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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사몰은 단순한 쇼핑 수단을 넘어, 상품 기획과 출시, 소비자 반응,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마케팅 실험의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데이터 확보와 고객 록인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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