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키웠지만 재고 충담 발생으로 이익 감소
반도체 영업이익 0.4조…4분기 연속 하락세
'테슬라' 잡은 파운드리, 하반기 반등 모멘텀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크게 부진했고 대형 고객사를 수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서 2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4조5663억원, 영업이익 4조6761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0.6% 늘었고 영업이익은 55.2% 급감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기대치를 낮게 평가해왔지만 그보다 낮은 성적표를 써낸 것이다.
반도체 부문 적자가 지속되는 데 더해 스마트폰 역시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사업의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 제재 영향에 따른 재고 충당 발생으로 전 분기 대비 8000억원 감소했다"며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매출이 1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조400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쳤다. 이달 초 2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DS부문 영업이익이 최소 1조원대 후반으로 추산된 점을 고려하면 처참한 실적이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6조4500억원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는 HBM3E·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며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했고,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도 증가했다. 그러나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주요 플래그십 모델에 모바일 칩셋을 공급하며 견조한 매출을 달성했지만, 첨단제품 개발 비용으로 수익성 개선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테슬라로부터 8년간 약 23조원 규모의 수주 소식을 공개한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분기보다 큰 폭의 매출 개선을 이뤘지만, 역시 재고 충당금 발생과 성숙공정 가동률 저하로 실적이 부진했다.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3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은 스마트폰 신모델이 출시된 1분기 대비 판매량은 줄었지만, 플래그십 라인업의 견조한 판매가 이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TV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전략 제품의 판매 비중을 키웠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 글로벌 경쟁 심화로 실적이 하락했다.
하반기는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며 전 세계적 성장 둔화가 우려되지만, 삼성전자는 AI·로봇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점, 부진을 겪은 파운드리의 대형 고객사 수주 등이 실적 반등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는 하반기 차세대 HBM4 개발과 2나노 공정의 양산 여부가 실적을 가를 주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분에서 HBM·고용량 DDR5 등 AI 서버용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내년 플래그십 라인업 탑재를 목표로 '엑시노스 2600' 양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신제품 양산과 주요 거래선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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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갤럭시 Z폴드7·Z플립7 등 폴더블 신제품과 갤럭시 S25 시리즈를 비롯한 플래그십 중심으로 판매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TV는 시청 경험이 향상된 'AI TV' 라인업으로 성수기 수요에 조기 대응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생활가전 역시 AI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공급지 최적화로 관세 영향을 줄일 예정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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