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진정서 통해 피해 호소
경찰·학교 진상조사 착수
전남대학교 대학원생이 교수의 갑질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이 경찰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경찰과 학교가 동시에 진상조사에 나섰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전남대 대학원생 A(26)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족의 진정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유족은 전날 경찰에 A씨가 생전 교수 2명으로부터 연구실 내에서 지속적인 갑질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A씨가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도 포함돼 있다.
유서에는 교수뿐 아니라 박사과정 C씨도 함께 지목돼 있으며, A씨는 "더 버틸 자신이 없다", "서로의 이권과 업무를 위해 나를 계속 잡아당기기만 한다", "가스라이팅과 희생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등의 내용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가 최근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이 취업 이후에도 연구실 업무를 계속하라고 강요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구실에 출근해야 했으며, 새벽까지 업무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지난 13일 오후 5시 54분께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타살 등 범죄 정황이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A씨의 유서가 확인되면서 유족이 경찰과 학교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전남대는 A씨가 지목한 교수 2명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학원장과 인권센터장 등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유족의 진정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전남대 공과대학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한 외국인 유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학생들은 연구 압력과 과도한 업무 문화를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같은 단과대 내에서 1년 2개월 만에 유사 사건이 재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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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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