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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메이드 인 차이나' 인식 바꾼 화웨이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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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더우 '화웨이 쇼크'
값 싼 저가 품질 이미지 벗고
통신장비시장 세계 1위 올라

창업자 러정페이 어린시절
창업과정·선정배경·논란 조명
군대 같은 회사 문화, 인권문제
개인정보 유출 논란 여전해

'Made in Chin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값싸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통신장비 세계 1위에 오르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해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기술 자립을 이뤄내며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에 AI 칩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감시 체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백도어(민감 개인 정보 유출)' 논란 등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 어때]'메이드 인 차이나' 인식 바꾼 화웨이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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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생애와 창업 과정, 최신 동향을 다룬 이 책은, 대만과 중국 특파원 출신인 '워싱턴포스트(WP)' 테크 전문 기자가 집필했다. 저자는 화웨이의 성장 배경과 그 이면의 논란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려 노력한다.


런정페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44년 10월 서점을 운영하던 부모 아래 태어났다. 아버지 런모쉰은 일본과의 전쟁 당시 국민당 군수공장에서 회계사로 일했으며, 이러한 이력으로 인해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재교육' 대상이 됐다. 런정페이 역시 그 여파로 항공기를 생산하는 구이저우의 비밀 군사기지 011부대에 노동자로 배치됐다. 그는 엔지니어로 승격되기까지 상당 기간 요리사나 배관공으로 일하며 농촌 대신 기술이 축적된 산업현장에 배정됨으로써 향후 화웨이 설립의 기반이 되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시절 그는 '늑대 정신'이라 불리는 전투적 태도도 함께 체득했다.


런정페이가 공산당에 입당하게 된 계기는 1977년 정밀 공기압 발생기를 개발하면서였다. 당시 조악한 소련제 수은 측정기가 전부였던 상황에서, 편차 20% 미만의 기술력을 가진 장비를 개발하며 그는 '노동 영웅'으로 주목받았다. 전국 과학대회에 6000명 중 최연소(33세)로 참가해 관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공산당에 입당해 공병대 소속이 됐다.


하지만 덩샤오핑의 민영화 정책으로 공병대가 해체되면서 그는 제대 후 경제특구로 조성 중이던 선전으로 향하게 된다. 선전은 화웨이 창업과 성장에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한 도시였다. 런정페이는 선전시 관료들과의 인맥을 통해 중앙정부와 연결되고,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저자는 런정페이의 어린 시절부터 화웨이 설립 및 성장기까지의 공과(功過)를 균형 있게 서술하려 애쓴다. 화웨이는 1987년 2월 개인 기술 기업 합법화 시범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투자자 5명이 각각 2만1000위안을 출자해 세운 화웨이는 8층 건물 옥상에서 전화교환기 부품을 조립해 판매하며 시작됐다. 곧이어 자체 제조·판매에 나섰으나 이는 납품받던 회로 기판을 복제한 것으로, 사실상 산업 스파이 행위였다. 이에 대해 런정페이는 "당시 중국은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는 법이 허술하거나 아예 없던 무법천지여서 드문 일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1993년 4월 지방 및 시립 통신국 17곳이 공동 출자한 모베코와의 합작 투자로 국유기업에만 대출을 허용하던 은행에서 자금을 유치했고, 각 지방 통신국의 권한을 이용해 도시 전역의 전화 교환기를 화웨이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연 30% 수익률을 배당금 형태로 제공했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명백한 이해 충돌이지만 당시 중국은 자본주의로 전환되는 과도기로 관련 규정이 부재하거나 실효성이 없던 시기였다.


런정페이는 회사를 군대처럼 운영했다. 직원들을 '강철군인(鐵軍)', 매니저는 '장군', 엔지니어는 '병사', 영업팀은 '게릴라'라고 부르며 조직 내 질서와 충성심을 강조했다. 신입사원들은 군대식 훈련을 받았고, 험지 근무는 '전투 경험'으로 간주돼 승진에 반영됐다. 특히 인권 문제가 심각한 신장 지역 근무 역시 승진 포인트로 활용됐다고 한다. 그는 고객과의 회식 자리에서는 반드시 고객보다 더 마셔야 한다는 규칙까지 정했으며, 연수·여행 경비 제공과 현금 지급 등 뇌물성 접대도 일상적이었다. 이 같은 강압적 조직문화 속에서 다수 직원이 우울증과 위장병을 앓았고, 2006~2007년 사이 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런정페이 스스로도 그런 위험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화웨이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공산당과 협력해 감시 체계를 강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정 인물을 군중 속에서 식별하는 스마트 안경, 반경 10m 내 대화를 감청할 수 있는 장비, 음성 정보로 수배자를 추적하는 기술 등 '세이프 시티' 상품을 중국은 물론 아프리카, 중동 국가에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는 민감 정보 수집에 활용될 수 있는 백도어 기능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기술적으로 가능성이 크다며 경계하고 있다.

[이 책 어때]'메이드 인 차이나' 인식 바꾼 화웨이의 명암

다만 이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4년 미국 국가보안국(NSA)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에 따르면 NSA 역시 2009년 화웨이 서버를 해킹해 내부 이메일을 들여다보고, 제품 소스 코드에 침투해 화웨이 사용자 국가들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 미국 대변인은 "어이없는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짓이 바로 중국이 우리 화웨이를 통해서 한다고 주장해 온 일이라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책은 584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서두와 말미에 등장인물 소개 및 연표를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화웨이의 성공 요인조차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어 전체적으로 비판적 시선이 느껴지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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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쇼크 | 에바 더우 지음 | 이경남 옮김 | 생각의 힘 | 584쪽 | 3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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