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 오히려 하락
"집값 잡혀야 금리 내려" 강하게 경고했지만
시장서는 "비둘기파적 발언, 1~2차례 금리 인하" 무게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 완화)적 신호'였다고 평가하며 올해 1~2회 추가 금리인하에 무게를 뒀다. 시장금리도 선제적으로 하락 반응했다.
1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5%포인트 내린 연 2.433%에 장을 마쳤다. 5년물 금리는 연 2.592%로 0.044%포인트 하락했다. 10년물도 0.04%포인트 내려 연 2.814%로 마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동결했음에도 시장금리가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한은은 '가계부채는 이미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와 있다', '경기부양이 좀 뒤늦게 시작하더라도 집값 상승 기대심리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라며 추가 금리인하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시장금리가 하락한 것은 연내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오히려 '급격한 집값 변동만 없으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 것이다.
실제로 한은은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여전히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관세에 따라 성장률이 더 많이 떨어질 가능성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성장 제고 효과를 감안해도 올해 1%대 성장률 달성이 불확실하다고도 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는 4명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은 이 총재의 발언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 될 것이란 인식 하에서 이뤄진 발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월 금통위는 다소 비둘기파적 통화정책 이벤트에 가까웠다"며 "최근 금융안정 문제에 대한 부담이 빠르고 크게 부각되고 있음에도 총론은 여전히 경기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금 뜨는 뉴스
시장에서는 연내 1~2회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은 지난해 8월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경기 둔화에 대한 확신이 커졌음에도 부동산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금리를 동결했고, 이후 한은은 그다음 금통위인 10월과 11월에 연속 인하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대출 증가 폭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고, 한은이 주시하고 있는 경기 둔화 리스크 중 관세율 리스크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감안하면 8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금리인하 중단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