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데뷔 롯데 오픈서 생애 첫 우승
호주 유학파, 호쾌한 장타력 강점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
"최종 목표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조금 늦게 꽃을 피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박혜준 이야기다. 지난 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린 롯데 오픈에서 72번째 도전 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1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승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며 "여전히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웃었다.
박혜준은 호주 유학파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로 이주했다. 그는 "부모님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길 원하셨고, 영어 실력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유학을 결정하셨다"고 설명했다. 그곳에서 골프 실력을 키웠고, 아마추어 시절에는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주관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현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그레이스 김, 스테파니 키리아쿠(이상 호주)와도 경쟁했다.
LPGA 진출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던 중 2021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 여파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19세의 나이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실 KLPGA 투어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환경적인 문제로 국내에서 첫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며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미국에서 테스트를 봤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2021년 8월 KLPGA 투어에 입회했고, 같은 해 11월 열린 KLPGA 2022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3위를 차지해 풀시드를 확보했다. 2022년 정규 투어에 데뷔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두 차례 이름을 올렸고, 상금 랭킹 71위(1억2294만원)로 시드를 잃었다. 2023년에는 드림(2부) 투어에서 뛰어야 했다. 그는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잔디도 다르고 아는 사람도 없어 많이 낯설었다"고 말했다.
그 사이 동기인 이예원, 윤이나는 1부 투어에서 맹활약했다. 박혜준은 "2부 투어로 떨어진 뒤 내 기량을 더 다지는 계기로 삼자고 다짐했다"며 "마음을 편하게 먹은 덕에 이듬해 다시 KLPGA 투어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정규 투어에 복귀한 그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총 다섯 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예원, 윤이나와 동갑이라 비교도 됐지만, 우승이 없다고 조급해하진 않았다. 언젠가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쉽지 않은 여정 끝에 얻은 값진 결실이었다. 롯데 오픈 마지막 라운드 중반까지 2위 그룹에 5타 차로 앞서다가 추격을 허용했고, 18번 홀(파5)에서 노승희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40㎝도 안 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극적인 우승을 확정 지었다. 박혜준은 "어린 시절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시작했다"며 "오늘 행복한 순간이 찾아와 정말 기쁘다"고 환호했다.
이번 우승으로 어린 시절 꿈꾸던 LPGA 무대 출전 기회를 얻었다. 오는 10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는 "KLPGA 투어에 진출했을 때, 많은 우승을 한 뒤 LPGA 투어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며 "운 좋게 출전권을 얻은 만큼, 좋은 경험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처음으로 LPGA 투어에 나가지만 평소처럼 준비하겠다. 많이 배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혜준은 177㎝의 큰 키와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KLPGA 대표 장신 선수다. 호쾌한 플레이와 짧은 샷 인터벌이 특징이다. 샷을 준비하는 데 13초면 충분하다. "대충 치는 게 아니라 빠르게, 자신 있게 치는 걸 선호한다"고 했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30~240m에 이른다. 그는 "한국에서 이름을 더 알린 후에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며 "LPGA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거리 향상과 쇼트게임 보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남자 골퍼들의 플레이를 즐겨 본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스코티 셰플러의 훈련법에도 관심이 많다. "스윙뿐 아니라 어떤 노력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는지 알아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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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준은 필드 위에서 '웃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제가 원래 잘 웃는 편이에요. 기분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웃고 싶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꿈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제 최종 목표는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입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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