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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AI 시대 경쟁력은 '다르게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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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평준화 시대, 다시 시작되는 인간의 창의성
생성 이후 진짜 창작은 '사람의 몫'

[THE VIEW]AI 시대 경쟁력은 '다르게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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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덕분에 누구나 '그럴듯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매끄러운 문장, 감각적인 이미지, 논리적인 기획안 모두 프롬프트 몇 줄이면 완성된다. 과거에는 전문성과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누구나 전문성 없이도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잘 만든 것의 가치는 빠르게 퇴색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창의성과 차별화가 동시에 위협받는 생성형 평준화의 시대에 들어섰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스타트업의 발표자료, 피치덱, 마케팅 플랜이 하나같이 생성형 AI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하다. 맞춤법도 틀리지 않고, 논리도 정연하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고, 낯익은 구조와 표현이 반복된다. 그 안에서 창업자의 고유한 시선이나 문제의식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콘텐츠의 완성도는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모두가 '잘 만드는 법'을 알고 있고, AI는 그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홍보 콘텐츠나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영상 소개글, 대형 브랜드의 광고 문구, 심지어는 취업 자기소개서까지 AI 기반 생성 플랫폼을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표현은 매끄럽고 문장은 정돈되어 있지만, 어디서 본 듯한 문체와 구성이 반복되며 점차 무색무취해진다. 이러한 콘텐츠는 아무리 많아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을 이끄는 건, 어설프더라도 창작자의 고유한 경험과 관점이 드러나는 콘텐츠다. 전달이 다소 서툴더라도 그 안에 사람의 고민과 진심이 담겨 있음을 알아채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에 있다. 생성형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과거에 자주 사용했던 표현과 문장의 패턴을 학습해 가장 익숙하고 무난한 형태로 문장을 만들어낸다. 즉, 사람들이 자주 쓰는 단어, 흔히 연결하는 문장 구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표현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안정적이고 자연스럽지만 본질적으로 익숙함에 머무르기 쉽다. 표현은 부드럽고 문장은 매끈하지만, 그 속에는 낯섦도 없고, 개성의 흔적도 없다. 잘 만든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다르게 만든 것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THE VIEW]AI 시대 경쟁력은 '다르게 보는 것' 모두가 AI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진짜 경쟁력은 잘 만들기가 아니라 '다르게 보는 것'이다. 이미지 = 구글 제미나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성은 과거와 다르다. 단지 품질이 좋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에 가깝다. 생성형 AI가 완성도를 대행해주는 시대에는 차별화된 해석과 감각이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콘텐츠의 전개 방식, 맥락에 대한 해석, 감정의 불완전한 흔들림 같은 요소야말로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다.


이런 변화는 교육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많은 대학 교수들은 이미 챗GPT의 등장 이후 과제의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과제 내용보다 학생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이 과제에 접근했는지, AI가 생성한 내용을 어떻게 비판하고 재구성했는지를 중시하게 되었다. 단순히 쓴 결과물이 아니라, 생각한 과정을 평가해야 창의성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챗GPT를 쓰지 말라'라는 지침보다 '어떻게 썼고, 어디서부터 본인의 생각이 시작되었는지 말하라'라는 요구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AI를 잘 쓰는 사람과 AI에만 의존하는 사람의 차이가 뚜렷해질 것이다. 전자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해체하고 재구성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기계의 문장 위에 인간의 의도와 감각을 덧입힐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후자는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에 만족하고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 차이는 겉보기엔 미미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자의 반응, 소비자의 기억, 시장의 선택에서 큰 격차를 만든다.


기술은 평준화를 만든다. 그리고 그 평준화가 끝나는 자리에서 인간의 역할이 다시 시작된다. 중요한 건 'AI를 썼느냐'가 아니다. 'AI가 만든 것을 어떻게 바꿨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가진 세상에서 진짜 경쟁력은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볼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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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석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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